지난주 울산항에 정박한 화물선을 무단 이탈해 밀입국한 중국인 선원은 과거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우리나라에서 추방당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법체류 전력자를 버젓이 입항하도록 내버려둔 출입국 관리 절차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 40분 울산항에 정박해 있던 시에라리온 선적 벌크선 선원 1명이 9부두 울타리를 넘어 달아났습니다.
이 선원은 선박에서 조리장으로 있던 중국인 L(45)씨로 확인됐으며,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복수의 항만 관계자에 따르면 L씨는 앞서 국내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머무르다가 적발돼 중국으로 강제 추방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 외항선이 입항할 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선원 명부를 받아 입항 적정성 여부를 심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테러나 대공 등 범죄 혐의가 있거나 입국금지 기록이 있으면 항만보안 담당 기관에 통보, 해당 선원이 배를 벗어나 상륙하지 못하도록 밀착 감시합니다.
그러나 L씨가 입항할 때는 불법체류 전력 확인이나 동향 감시 등의 과정이 소홀했던 것입니다.
결국 L씨는 2.7m 높이의 부두 철재 울타리를 넘어 도망쳤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인 관련기관 관계자는 "보통 배에서 선원이 안 보이면 몇 시간 동안 기다리거나 찾아보다가 신고하기 때문에 뒤쫓기에는 이미 늦을 수밖에 없다"면서 "수배자가 아니라면 범죄자를 쫓듯 추적하지 않고 불법체류자로 등록하는 정도여서 사실상 L씨는 밀입국에 성공한 셈이다"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출입국 심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심사 절차에 문제는 없었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으나 본부 산하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는 "본부에 문의하라"며 대답을 피했고, 본부 측은 "보안상 공개할 수 없다"는 반응만 내놓고 있습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관계자는 "L씨에게 불법체류 전력이 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입국금지자로 분류됐다면 보안기관에 통보했겠지만, 분명한 것은 L씨는 입국금지 조치할 만한 요인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불법체류 전력이 있더라도 가령 10∼20년 전 일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항만 업무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선원 명부를 제대로 점검했다면 오래전 불법체류 기록이라도 확인 수 있었고, 해당 인물에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어 이탈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울산항에서는 올들어 3건, 지난해 2건 등 2년간 총 5건의 외국인 선원 무단이탈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선 입항이 잦은 부산과 달리 화물선 위주인 울산항 특성 때문에 발생 건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끊이지 않고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울산항 외국인 선원 이탈 건수 통계'에 대해서도 "항만별로 건수를 공개하면, (무단이탈 등에)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