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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름이 없다' 해커단체 어나니머스…정체는?

스브스뉴스 권재경 PD

입력 : 2015.11.05 07:47|수정 : 2015.11.05 08:02





과거 수십 개의 흑인교회를 불태우고, 흑인들을 무차별 폭행하고 살인까지 했던 극단적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Ku Klux Klan). 이제 KKK 세력은 많이 약해져 거의 사라졌지만 미국에서 흑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폭행이나 살인사건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KKK 회원 명단’이 공개되면서 미국 전역이 시끄럽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유력 정치인 상당수가 명단에 포함돼있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무려 1000여명의 KKK 회원 명단을 입수했다고 주장하는 ‘한 단체’…. 도대체 어떤 단체에서 이런 정보를 공개했을까요?

이 명단을 공개한 것은 국제적 해커 단체 ‘어나니머스(Anonymous)’입니다. 어나니머스는 익명을 뜻합니다. 그들은 ‘4chan’이라는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파생된 국제적 해커 단체입니다. 스스로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해커 단체라 부르며, 혁명을 뜻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을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유명세를 탄 계기는 2008년 종교단체 사이언톨로지를 상대로 벌인 전면전이었습니다. 그들은 사이언톨로지를 반인권적인 종교로 규정하고 해킹공격을 하는 한편 뉴욕, 런던 등 전세계 주요도시에서 가두시위를 주도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큰 영향력을 보여준 어나니머스는 이후에 저작권 독점 반대, 반독재 반체제, 동성애 혐오주의 반대, 인터넷 검열 반대 등 다양한 주제로 해킹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2012년 초엔 아동포르노를 배포하는 ‘로리타 시티(lolita city)’라는 웹사이트의 회원 1,589명의 정보를 해킹해 공개하며 소아성애 반대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2013년 4월,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해킹해 만오천여 개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고, 올해 초엔 IS를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며 관련 계정 800여 개를 해킹까지 했습니다. 여러 활동으로 유명세를 탄 어나니머스는 지난 2012년 타임지에서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적도 있습니다.

그들의 행동이 ‘의적’처럼 보여서인지 어나니머스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해킹은 엄연한 ‘불법’이며 언제나 정의만 추구하는 건 아닙니다. 작년 말에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등의 개인정보를 ‘재미’로 유출했다고 스스로 밝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전세계의 수사기관들은 어나니머스를 범죄집단으로 보고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계속 수사를 해왔습니다. 실제로 조직원 수십여 명이 검거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완전히 뿌리 뽑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주모자도, 체계도, 거점도 없는 점조직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활동은 한 사람이 무언가를 시작하면 익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일을 구체화시키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개개인이 매우 느슨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때문에 하버드 대학 니코 멜레 교수는 그들을 단체가 아니라 ‘일종의 문화’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범법자임에도 불구하고 때론 ‘21세기판 홍길동’이라 불리며 팬까지 생겨난 해커 단체 어나니머스. 소설 ‘홍길동’ 속 탐관오리처럼 기득권층과 권력자들이 대중을 속이고 정보를 감추는 한 이런 현상은 계속되지 않을까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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