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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돈벌이 위해 싸우는 '투견'…잔인한 현실

조명아

입력 : 2015.11.04 07:40|수정 : 2015.11.04 07:40




태어난 순간부터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그저 살기 위해 싸움을 배웁니다. 싸움판에 올라선 친구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는 처절한 운명. 비열하고 냉혹한 이 싸움판. 사람들은 비참하게 죽어간 생명을 바라보며 환호하고 흥분했습니다. 이곳은 불법 투견장입니다.

지난 9월 이 투견장에 경찰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생명을 담보로 요행수를 노렸던 19명의 사람들이 체포됐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17마리의 투견은 구조됐습니다. 그 중 한 마리가 바로 까불이입니다. 피투성이가 된 채 겨우 숨만 붙어있던 투견. 까불이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습니다. 

극적으로 살아난 까불이는 다른 투견들과 함께 회복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까불이는 이상하게 다른 개들과 달랐습니다. 오로지 싸움만을 위해 훈련된 투견들은 다른 동물을 보면 흥분을 가라앉지 못하는 성격을 갖게 됩니다. 싸움 직전에는 고양이를 앞에 두고 목줄에 묶인 채 러닝머신 위에서 잡아먹을 듯이 달리는 훈련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까불이는 다른 동물을 만나면 달려들기는커녕 얼음처럼 굳은 채 그대로 주저앉았다가 결국 다시 케이지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까불이의 모습을 본 전문가들은 까불이가 스파링 상대, 즉 연습용 희생견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공격을 하는 것도, 공격을 당하는 것도 거부한 채 죽음을 기다렸던 까불이. 까불이는 그렇게 구석진 곳에 늘 숨어서 지냈던 겁니다.

하지만 까불이에게도 진심은 통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정성으로 보살피고, 사람과 함께 지내는 기쁨을 전하자 까불이가 조금씩 닫힌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던 개들은 이제 적이 아닌 친구로 서로를 대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갔습니다.

그 악몽 같았던 날, 불법 투견장에서 구조된 17마리의 투견 중 12마리는 증거 불충분으로 견주에게 다시 돌아갔습니다. 주인에게 돌아간 12마리의 개들이 주인의 품에서 다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사람들의 재미와 돈벌이를 위해 개들은 처절한 싸움판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겁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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