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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그림, 다른 내용'…교육부 압도한 대학생

하대석 기자

입력 : 2015.11.04 07:38|수정 : 2015.11.04 07:38




교육부가 10월 30일부터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개한 국정교과서 홍보 웹툰입니다. 현재 교과서가 편파적이어서 학생들이 우리 역사를 부끄럽게 느낀다며 공정한 국정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20대가 즐겨 보는 웹툰 형식을 빌려서인지 적지 않은 이들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10/31) 한 대학생이 이 웹툰의 패러디를 올렸습니다. 그림체와 줄거리는 유지한 채 말풍선 내용만 바꿔 국정교과서 정책을 역으로 비판합니다.

이 패러디는 좋아요 3,474개, 공유 1,258개를 기록하며 수백만 명에게 공유됐습니다. 결국 교육부의 홍보웹툰은 오히려 교과서 국정화 반대 주장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한 꼴이 됐습니다. 여론에 끼친 영향력만 놓고 보면 대학생 1명이 교육부를 압도한 겁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교육부의 웹툰을 거꾸로 이용할  생각을 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유를 해주셔서 많이 놀랐어요.” - 고준우 학생

과거에는 정부나 유력매체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었던 영향력을 개인이 발휘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단 한 사람의 기발한 패러디가 수백만 명에게 공유되는 그야말로 패러디 전성시대입니다. 얼마 전 한 대학생이 북한식 표현을 패러디해 만든 단 한 장의 대자보 포스터는 기성언론에도 보도되며 여론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SNS가 기존 언론사보다 권위는 없지만, 전파력은 높습니다. 더 이상 대중들이 미디어의 소비자가 아니라 1인 미디어로서 생산자 역할을 하며, 다양한 패러디 역시 가능해졌습니다.” -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패러디는 풍자와 해학을 통해 관심을 모으고 새로운 방식으로 권력을 비판하고 견제합니다.

“패러디는 대중이 정치권력에 대항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입니다. 정치 문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패러디를 통해 문제를 깨닫게 됩니다.” - 경희대학교 이기형 교수

이러한 패러디에 대해 자칫 대중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지나치게 감성적으로만 소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루한 정치 이슈에 무관심했던 젊은이들을 공론장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그 어떤 정치권 또는 기성언론의 구호보다도 패러디가 효과적이었다는 겁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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