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
정부 발표가 난 지 벌써 20일이 되어갑니다. 오늘(11월 2일) 밤 12시가 되면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행정예고는 종료됩니다. 행정예고는 뭘까요?
행정예고는 행정부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입니다. 국민 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주거나 많은 국민의 이해가 상충 되고, 국민에게 불편이나 부담을 주는 사항과 관련된 변화를 국민에게 알리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행정예고 기간에 접수된 국민의 찬성과 반대 의견을 수렴한 후, 교육부는 내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확정 고시할 계획입니다. 확정 고시란 국민 의견 수렴 기간이 끝났으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확정해, 문서로 게시해 널리 알린다(고시)는 뜻입니다. 즉, 국정화 방침에 못을 박는다는 의미입니다.
고시의 방법은 새로운 법이나 정책 결정을 국민에게 알리는 공식적인 문서인 ‘관보’, 혹은 전자관보(gwanbo.moi.go.kr)에 확정됐다는 글을 올리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확정해 고시된 다음에라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바뀔 수 있을까요?
정부가 스스로 마음을 돌리는 것 외에는 사실상 방법이 없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국회를 통한 입법이 필요한 일이 많지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국회 입법과정이 필요없는 행정부 소관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국회, 특히 야당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법률적으로는 행정부가 하고자 하면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인 겁니다.
야당은 그래서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국정 교과서를 제작할 예산을 배정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계획이었는데, 정부가 이미 국회 사전 동의 절차가 필요 없는 예비비 44억 원을 끌어다가 국정교과서 사업에 투입했습니다. 따라서 예산 심사를 통해 국정화를 막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언제쯤부터 국정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우게 될까요?
교육부는 앞으로 11달 뒤인 2016년 10월, 국정 한국사 교과서를 완성하고 그 이듬해인 2017년 3월, 일선 학교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대략 이달 중순까지 집필진 구성을 마친 후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교과서 집필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높은 것은 정부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반대 여론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패할 상황이 아니라면, 즉, 야당이 여당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정부가 스스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리라고 거의 모든 정치 전문가가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12시 되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사실상 확정되는 셈입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이윤주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