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경북의 한 여성 구의원 휴대전화 벨이 울렸습니다.
발신번호는 051, 부산에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나야, 나 모르겠어?" 남성은 구의원에게 대뜸 반말로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구의원이 느끼기에 경상도 말투에 느릿느릿한 전화 속 목소리는 영락없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였습니다.
"혹시 김 대표세요?"라고 말하자 이 남성은 맞다고 한 뒤 이번에 여성인재육성프로젝트를 추진하는데 자체 기부금을 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어 "지금 부산에서 VIP를 모시고 행사를 하는데, (당신도) 여기 와서 사람들도 만나고 기부금도 가져오라"고 말했습니다.
전화 속 남성이 김 대표라고 믿은 구의원은 몇 시간 뒤 부산으로 가 한 찻집에서 한 50대 남성을 만났습니다.
그는 "대표님이 바쁘셔서 특보인 제가 대신 나왔다"며 구의원에게 현금 300만 원을 받은 뒤 대표님에게 전달하겠다며 사라졌습니다.
이 구의원뿐만 아니라 전국의 시의원, 사업가, 교수, 대학병원 간부 등 7명에게 전화로 김무성 대표를 사칭하는 수법으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모두 2천700만 원을 챙긴 김 모(55)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김 씨는 지자체 광역의원과 교수 등 10명에게도 전화를 걸어 기부금이나 불우이웃돕기 명목으로 돈을 뜯으려 했습니다.
김 씨는 범행 전 각종 협회, 대학 홈페이지, 시·도의회 등의 홈페이지 200여 곳을 인터넷 검색해 피해자의 연락처와 소속 등 각종 신상정보를 파악했습니다.
그런 뒤 전화를 걸어 김무성 대표 목소리를 흉내냈습니다.
김 씨는 교수나 시·도의원 등 피해자 직업에 맞게 재래시장 활성화나 한일교류 프로젝트 공모 등을 언급하며 현혹했습니다.
전화 상대방 신분에 대해 긴가민가했던 피해자들은 자연스러운 반말과 자신에 대해 아는 듯한 김 씨의 말투에 속아 넘어갔습니다.
한번 김 씨를 김무성 대표라고 믿은 피해자 대부분은 "좋은 일 하는데 조금 보태시라"는 김 씨 제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김 씨는 피해자를 부산에서 오게 해 김 대표 특보라고 속인 채 300만∼500만 원을 직접 받았습니다.
또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의 공중전화로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반말로 피해자들에게 권위를 세우고 사기행각을 벌인 김 씨는 결국 반말 때문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김 씨는 김무성 대표가 자신을 반말로 대할 리가 없다고 의심한 한 교수의 신고로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한 공중전화 박스에서 사기전화를 걸다가 잠복 중인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이전에도 교장이나 대학 총장 등을 사칭해 교사나 기업인 등에게 기부금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등 사기 전과만 21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김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2천700만 원 대부분을 생활비로 썼다"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여 신고를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실제 올해 3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자신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피해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