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되면 이 운동장에는 여자들만, 여자들만 모입니다. 무슨 일 있어요? 왜 모이신 건가요?
[유이나/ 사무직
"아들 때문에 왔어요. 아들에게 꼭 이것을 시키고 싶은데… 제가 먼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김보경/ 물리 치료사
"병원을 찾아온 환자 덕분에 오게 됐죠. 그분이 이게 엄청 좋다고 강추하더라고요. 들어보니 이유도 제 각각인데…"]
대체 이들은 누구고, 뭐가 그렇게 좋다는 걸까요? 이들은 한국 여자야구팀 천안 덕아웃 선수들입니다. 이제 겨우 창단한 지 1년밖에 안 된 완전 새내기 팀입니다. 그래도 야구팀 선수라고 하면 잘 달리거나, 힘이 세거나 아니면 뭔가 특별한 이력이 있겠거니 할 텐데 천안 덕아웃 팀은 좀 다릅니다.
천안 덕아웃 팀은 선수들의 절반 이상이 ‘주부’입니다. 대한민국의 엄마와 아내로서 야구 선수로 뛰기엔 쉽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의 반대는 물론, 공 던지기, 배트 휘두르기, 뜬공 잡기… 무엇보다도 초보 주부 선수들이 넘기 힘든 벽은 ‘야구’ 그 자체였습니다. 손발을 맞춘 지 얼마 안 돼 나간 대회에선 12번을 싸워 2번이나 이기는 이변을 낳았습니다. 쑥스럽지만, 한 번은 기권 승이었습니다.
[유이나/ 사무직
"아이들을 잠시 남편에게 부탁하고 당당하게 야구를 즐겨야죠! 제 꿈인걸요?"]
[김보경/ 물리 치료사
"공이 빨라 무섭고, 맞아서 아프지만 당당하게 달려야죠. 목표가 있으니까요."]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많은 천안 덕아웃이지만, 기세는 누구보다 당당합니다. 왜냐고요?
"10월 31일 첫 경기, 1승.
경기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 다치지 말고."
목표와 꿈만은 당당하기 때문입니다. 운 좋게도 천안 덕아웃 팀은 한국 최대 여자야구리그인 LG 배 한국여자야구대회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예선 탈락이 유력했지만, 천금 같은 부전승 티켓을 건져 꿈의 본선 무대에 올랐습니다. 천방지축 새내기 팀의 위풍당당한 첫 승 도전은 오늘부터 시작됩니다. 비록 승리의 기쁨을 누리지 못할지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꿈을 향해 당당하게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실력은 초라해도 꿈만은 당당해라. 실력이 초라하다고 해서 꿈까지 초라하다면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김태광 글 中-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