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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 '경제학 교사용 교재' 판매중단 요청 파문

입력 : 2015.10.30 08:04


독일 정부가 독립적 국가기관에서 출판된 교재에 대한 경제단체의 불만 제기를 받고 잠정 판매중단과 내용 재평가를 요청해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독일고용주협회(BDA)는 지난 6월 내무부와 연방정치교육원(bpb)에 bpb가 2월 출간한 교재 '경제와 사회' 내용이 기업에 "편파적·적대적 선전선동을 하는 것"이라며 판매금지를 요구했습니다.

'학교 안팎에서의 교육을 위한 12개의 초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교사용 교육 참고자료입니다.

경제와 사회의 관계를 12개의 주제로 나누어 다양한 시각의 저자들이 쓴 글을 모은 것입니다.

bpb는 나치 독재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시민의 민주주의 의식 고양과 교육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가기관입니다.

법규상 내무부 감독을 받지만, 초당파적이고 독립적 운영이 보장돼 있습니다.

민주정치와 관련된 좋은 책과 자료들을 무료로 또는 아주 싸게 공급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BDA는 페터 클레버 사무차장 명의로 보낸 공한에서 "이 책이 기업을 정치와 학교에 이기적이고 불투명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말도 안 되는 이미지로 그렸다"고 비난했습니다.

반면에 (학교교육과 기업 현장에서 기능 기술교육이 병행되는 독일 특유의) 이중 교육 시스템 속에서 독일 기업이 수행하는 건설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은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로비를 주제로 한 챕터에서 '로비에 관한 상반된 시각들'에 대해 학생들에게 토론 과제를 주도록 했으나 "예시된 입장들은 결국 '로비는 민주주의의 최악의 적'으로 묘사하는 시각(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의 발언 인용)을 지지하는 쪽으로 유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내무부는 지난 7월 bpb에 공문을 보내 책 제목과 달리 전반적 내용은 "경제 문제에 관한 특정 이념적 학설이 지배하고 있다"면서 잠정 판매중지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bpb 학술자문위원회의 재평가를 요청했습니다.

이달 초 회의에서 자문위원 압도적 다수는 "책에 대한 비판이 정당하지 않고, 부족한 점은 수업 중 보충자료로 보완할 수 있으므로 판매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지난 27일자 호에서 내무부가 bpb에 보낸 공문을 단독 입수했다며 이러한 '극히 이례적인 사태'의 전말을 자세하게 보도하자 학계와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독일사회학회는 "BDA는 책에 실린 글의 저자가 쓰지 않은 내용을 인용하고,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 문구만 잘라내고 축소해서 인용했으며, 설명도 없이 일부 내용을 뺀 채 인용해 내용을 곡해했다"면서 "의도적으로 스캔들을 일으키려 한 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시민단체 '로비통제'는 "내무부가 고용주협회 희망에 따라 bpb 출판물을 검열하고, 학생들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과 업계단체가 로비에 대한 토론조차 검열하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다른 시민단체 '네츠폴리틱'은 내무부가 언급한 이 책의 '특정 이념적 학설'은 신고전주의 경제학 이론이라면서 현대 경제학에서 뺄 수도 없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이 학설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빌레펠트대학 라인홀트 헤트케 교수는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에 "로비를 다룬 챕터에 실린 글이 기업 로비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그것이 그런 학습자료의 역할"이라고 밝혔습니다.

헤트케 교수는 "책에 실린 글들의 시각이 모두 다르면서도 각기 건전한 것이며, 수업에선 이를 토대로 삼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슈피겔은 "이 교재를 없애려 한 BDA의 시도 역시 아마도 향후 (기업 로비 관련) 수업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 꼬집었습니다.

결국, 내무부는 28일(현지시간) 배포 중단과 자문위 재검토 요청은 BDA의 공문 때문이 아니며, 이를 계기로 편향성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자는 취지였다면서 "곧 책 판매가 재개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29일까지도 bpb 홈페이지에서 해당 책을 누르면 '판매중단'(vergriffen)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