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선 중·고교에서 캠퍼스 안전을 위해 학교 경찰이 상주하는 사례가 늘면서 학생 선도 정책이 계도보다는 처벌 위주로 흐르고 있다.
이 같은 처벌 위주의 학생 선도 정책으로 저소득층이나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 등이 학교에서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중도에 탈락하고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학생 선도 정책이 이처럼 강화된 것은 1990년대 이후 미국 교육계에서 나온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과 무관치 않다.
무관용 원칙은 사소한 규칙 위반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는 정책이다.
이는 유리창이 깨진 건물을 방치하면 사람들이 다른 유리창을 부수면서까지 절도 등의 행위를 한다는 범죄학자 조지 켈링의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에 근거를 두고 있다.
1994년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과 윌리엄 브래튼 뉴욕 경찰국장은 "경미한 범죄도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무관용 원칙을 선포한 바 있다.
일선 학교에서도 1990년대 이후 교육자들과 학부모들이 교내 총기사건, 마약, 폭력그룹 등을 근절하기 위해 무관용 원칙을 요구해 학교 경찰이 상주하는 사례가 확산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일선 학교에 상주하는 경찰관 수는 1만4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교내에서 총기를 소지한 채 총기범과 폭력세력들이 교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파수꾼'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학교 경찰이 학생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 처벌과 강제 위주로 대응하면서 논란을 야기하는 사태가 심심찮게 터져나오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26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리치랜드 카운티의 스프링밸리 고교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여학생을 바닥에 내리 꽂은 사건이다.
학생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라는 교사의 지시를 무시한 채 수업 중 문자를 계속 보내자 교사의 신고로 교실로 들어선 학교 경찰관 벤 필즈가 이 여학생을 과격하게 제압하다 물의를 빚은 사건이다.
문제는 학교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인종 프로파일링(피부색이나 인종을 토대로 용의자를 특정하는 수사기법)의 남발이다.
실제로 교내에서 처벌받은 학생들 가운데 흑인 학생들이 다른 인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비영리 교육단체인 '에듀케이션 트러스트-웨스트'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14학년도 캘리포니아 주 일선 고교에서 적어도 1회 정학 처분을 받은 사례는 흑인 학생이 12%로 가장 높았다.
중남미계 라티노 5%, 백인 4%, 아시안계 1%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학교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흑인 학생이 12%로 가장 많았다.
이어 라티노 9%, 백인 6%, 아시안계 5% 순으로 집계됐다.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의 역할·지위도 약화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교사들의 역할은 수업과 학생 지도가 반반이었으나, 학생 지도를 학교 경찰에 이관한 뒤로는 수업만 하는 '강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벌어진 학교 경찰의 흑인 여학생 강제 제압 사건을 계기로 일선 학교에서 '무관용 원칙'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이 무관용 원칙이 '학교에서 교도소로 이어진 파이프라인'(School-to-Prison Pipeline)의 주범이라는 얘기다.
자넬 조지 교육정책 자문관은 "학생들의 복장 위반과 교실 소란행위, 경미한 학칙 위반 등은 과거 교사들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학교 경찰이 담당하고 있다"면서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무관용 원칙은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