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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에 매몰됐던 칠레 광부…기적 같은 러브스토리

스브스뉴스 권재경 PD

입력 : 2015.10.29 10:27|수정 : 2015.10.29 10:28




때는 지난 2010년 8월, 칠레북부 코파이포시 인근 산호세 광산에서 갑작스런 터널 붕괴로 33명의 광부들이 매몰됐습니다. 생사를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 17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 때, 광부들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곳에 보내졌던 탐사체가 '편지'를 가져왔습니다. 바로 33명의 광부들이 모두 살아있다고 적힌 편지지였습니다. 생존이 확인된 후 칠레 정부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였습니다.

광부들은 15cm 남짓밖에 안되는 작은 파이프 구멍으로 음식과 약품을 공급받으며 광부들은 끈질기게 버텼습니다. 고립된 지 69일이 지났을 때, 드디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놀랍게도 33명의 광부 모두 무사히 구출된 것입니다. 고통스러웠을 사고현장에서 구출되자마자 어머니를 꼭 껴안고 미소짓는 광부 다니엘 에레사 씨.

그리고 그의 이 미소에 한 여성이 마음을 뺐겼습니다. 독일에서 구조현장을 생중계로 보고 있던 이 여성의 이름은 멜라니 마이어. TV화면이었지만 그녀는 다니엘 씨의 미소에 완전히 반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학창시절 배웠던 서툰 스페인어를 활용해 페이스북 메시지로 여러번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다니엘 씨는 광산에서 구조된 후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 또한 이 사건으로 자신에게 잠깐 흥미를 가지는 사람 중 한명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끈질기게 연락을 이어온 그녀의 노력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마침내 대서양을 넘나드는 장거리 연애가 시작됐습니다. 

칠레에서 수차례 직접 얼굴을 마주 한 뒤 그들의 마음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연애를 한 지 4년 째 되던 해, 그녀는 어린 아들과 함께 칠레에 정착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2014년 10월, 정착을 위해 멜라니 씨가 아들과 칠레 공항으로 온 날. 다니엘 씨는 그녀에게 '깜짝 청혼'을 했고, 그해 11월에 바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 부부의 영화같은 러브스토리는 최근 BBC 방송에 소개되면서 큰 화제를 몰고 있습니다. 현재 그들은 첫째 딸을 임신하고, 독일에서 잠시 머무르며 신혼생활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그의 생명을 위협한 아찔한 사고는, 어쩌면 평생을 함께한 짝을 찾기 위한 필연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훌훌 털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길 바랍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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