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에 미군 함정이 진입한 일로 미·중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일본은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대미 군사지원 활동의 폭과 내용을 대폭 확대한 안보법 개정으로 인해 결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지켜볼 수 없는 입장이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안보법이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3월 발효하면 일본 자위대는 남중국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미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양 진출을 억제하는데 일본이 동참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산케이신문에 의하면, 지난 1월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소재 미 해군 요코스카 기지를 거점으로 하는 제7함대 사령관이 "장래에 자위대가 남중국해에서 활동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이 주장하는 '영해' 안에 미군 함정이 들어간데 대해 사실상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자위대의 남중국해 개입에 대해선 신중론을 폈습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자위대가 미군과 남중국해에서 공동 순찰을 하는 방안에 대해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자위대가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작전에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을 할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전직 자위대 간부에게서 일본의 원유수송로인 남중국해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니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산케이는 전했습니다.
향후 자위대가 남중국해에서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로는 우선 평시 경계 및 감시 활동을 들 수 있습니다.
종전 법제 하에서도 자위대 호위함과 항공기가 남중국해에서 경계·감시 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새 안보법에 의해 자위대는 미국 함정을 공격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무기 사용을 제한적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그런 만큼 향후 미일이 서로 상대 함정을 방호하면서 남중국해에서 실효적인 경계·감시 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정작 일본에 심각한 상황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새 안보 법에 의하면,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이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이른바 '중요영향사태'로 인정되면 일본 정부는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남중국해 유사(有事)시가 '중요영향사태'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 만큼 안보법 발효후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충돌할 경우 일본은 미군을 후방지원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전망입니다.
일본이 미국의 전쟁에 말려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아베 총리의 '공언'이 시험대에 설 수 있는 것입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