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코커스 100일 앞…힐러리 '조직력' vs. 샌더스 '선명성' 과시
내년 미국 대선 레이스의 첫 신호탄을 올릴 아이오와 주에서 미국 민주당의 양대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후보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내년 2월1일 열리는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100일 앞두고 현지로 달려가 지지층을 규합하고 조직력을 과시하는 '세대결'을 펼친 것이다.
무대는 24일(현지시간) 밤 아이오와 주 디모인 시에서 열린 연례 민주당 선거자금 모행사인 '제퍼슨-잭슨 데이' 만찬행사.
토머스 제퍼슨과 앤드루 잭슨 대통령 시절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기념해 매년 열리는 이번 행사는 민주당 대선 경선의 판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분수령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경선에서 당시 선두주자인 클린턴 후보를 꺾으면서 '검은 돌풍'을 일으킨 결정적 계기도 바로 2007년 11월 열린 이 행사였다.
여기서 클린턴 후보를 능가하는 대중적 열기를 선보인 오바마 대통령은 이듬해 1월 아이오와 주 코커스에서 1위로 올라서는 이변을 연출했고 클린턴 후보는 3위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클린턴 후보와 샌더스 후보는 이번 행사를 서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전략적 자산'을 총동원하다시피 하며 유세전에 나섰다.
대세론에 다시 불을 지피려는 클린턴 후보는 8년 전의 악몽을 되풀하지 않고자 지지자들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현지 표심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이벤트'를 연출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는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팝 가수인 케이피 페리를 데려와 현지에서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원유세에서 "나는 여성들이 대통령 부인으로서 옥죄이는 삶을 살아온 것이 식상하다"고 농담을 던져 지지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부인인 클린턴 후보를 미국 첫 여성대통령으로 만들어달라는 호소였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전체 참석자 6천여 명 가운데 무려 4천여 명의 지지자를 끌어모으며 '조직력'을 과시했다.
당내에서 가장 폭넓은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음을 반영한 셈이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경선 라이벌인 샌더스 후보보다는 공화당의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주로 공격하는 태도를 취했다.
마치 민주당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굳힌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대세론을 재점화시키려는 포석이었다고 볼 수 있다.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후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했다"며 "나는 위대한 미국을 공정하고 정의롭게 만들려고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맞서 무소속의 '아웃사이더'인 샌더스 후보는 2007년 이곳에서 점화된 '오바마 돌풍'을 재연하기 위해 클린턴 후보와 차별화되는 정책적 선명성을 과시하는데 힘을 쏟았다.
특히 1996년 결혼보호법과 이라크 전쟁,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이념적 정체성을 가늠하는 주요 이슈들에서 자신은 진보적 가치를 굳건히 지켰다고 강조했다.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클린턴 후보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던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샌더스 후보는 "여론조사에 나타난 숫자가 아니라 원칙에 근거해 나라를 다스리겠다"며 "당시에는 인기가 없고 정치적으로도 결코 쉽지 않는 결정이었지만 나는 해냈다"고 말했다.
특히 클린턴 전 장관이 2002년 지지했던 이라크 전쟁 참전에 자신은 분명히 반대표를 던졌다고 힘을 줬다.
이에 클린턴 후보는 샌더스 후보가 모호한 태도를 취했던 총기규제 입법문제를 거론하며 "나는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샌더스 후보는 만찬에 앞서 디모인 시내를 가르는 강 위의 다리를 지지자들과 함께 걷는 행사를 했고, 하늘 위로 '혁명이 이제 시작됐다.
버니를 느껴보라'(FEEL THE BURN)는 광고문구가 실린 비행선을 띄우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