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돈과 목숨 바꾼 병원…쓰고 버린 프로포폴 재사용

안서현 기자

입력 : 2015.10.22 12:42|수정 : 2015.10.22 12:42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방이식 수술을 받는 여성 환자에게 프로포폴을 재사용해 패혈성 쇼크 등으로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성형외과 의사 37살 정모씨와 간호사 27살 장 모 씨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2월 중국인 환자 20살 K씨와 29살 김모씨에게 폐기한 프로포폴을 투여해 K씨를 다치게 하고 김씨는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의료폐기함에 버린 지 1주일 이상 된 프로포폴 빈병을 모아 그 안에 남은 프로포폴을 주사기로 뽑아내고서 K씨와 김씨에게 주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K씨는 지난 2월 23일 지방이식 수술을 받으면서 재활용된 프로포폴을 맞았으며, 박테리아에 감염돼 수술 직후 고열과 저혈압 등 이상증세를 동반한 패혈성 쇼크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곧바로 대형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K씨는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이틀 뒤 퇴원했습니다.

그러자 이들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흘 뒤인 지난 26일 김씨에게도 마찬가지로 버려졌던 빈병 속 프로포폴을 모아 주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씨는 K씨와 같은 증세를 보여 대형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패혈성 쇼크가 다기관 장기부전으로 이어져 이틀 뒤 사망했습니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이송할 때도 응급차가 아닌 정씨의 개인 승용차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수액과 산소 공급 등 기본적인 응급조치도 받지 못해 증세가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정씨는 다른 수술이 잡혀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 이송에 동행하지 않아 환자를 넘겨받은 병원 의료진이 환자 상태와 발병 경위 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수술에 참여했던 간호조무사에게 이들이 프로포폴을 재사용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 감정기관으로부터 오염된 프로포폴 재사용에 의한 과실이 인정된다는 감정결과도 받았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성형외과에 환자들이 몰려 미리 준비한 프로포폴이 다 떨어지자 수술을 강행할 욕심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번에 드러난 두 건 외에 다른 추가 범행을 저지른 적은 없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관할 보건소에 이들의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할 계획입니다.

경찰은 이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피해자 측과 합의했다"며 기각했습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