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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국정감사 소식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사실 국정원 국감은 취재가 좀 독특하게 이뤄집니다.
국감장에 들어오는 인물들부터 발언 내용까지 모두 대외비이기 때문에 출입이 허용되지 않고, 중간중간 별관에서 기사화가 가능한 내용만 따로 브리핑을 해주는 방식인데요,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라 하더라도 국감 때가 아니면 국정원을 방문할 일이 없기 때문에 내비게이션에도 안 나오는 이곳까지 헤매지 말고 오라고 버스를 제공해 줍니다.
그런데요, 그 버스를 경찰이 막아 세우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김수형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그제(20일) 아침 기자들은 국정원이 보내준 버스를 타고 내곡동 국정원 청사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대로를 달리던 중 어느 경찰관이 버스를 멈춰 세웠습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대형 버스는 다른 차들의 시야를 가리지 않기 위해 3, 4차로로만 달리도록 정해져 있는데, 국정원 버스가 1차로로 주행하다 단속에 걸린 거였습니다. 위반 범칙금은 최대 3만 원, 벌점은 10점짜리였습니다.
경찰은 버스로 다가와서는 지정차로 위반 사실을 고지하고 면허증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는데요, 국정원 직원은 "면허증을 제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이 완강하게 면허증을 묻자 참다못한 다른 직원은 자신의 국정원 신분증을 보이며 "이래도 안 되겠냐"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 버스가 국정원 소속 차량으로 긴급차량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는데요, 경찰이 응당 운행 목적을 물어보자 국정원 직원은 또 "목적은 말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국감이라는 통상적인 국회의 공무가 엄청난 대외비로 포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직원들이 버스에서 내려 경찰과 한참 이야기를 이어갔고, 딱지를 끊으려던 용감한 경찰관은 국정원 직원들의 위세에 눌려 불쾌한 표정으로 그냥 돌아가는 게 목격됐습니다.
수사 기관의 특성상 목적을 숨기고 일해야 하는 상황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특히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게 국정원 직원의 숙명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교통 딱지를 모면하기 위해 대외비 핑계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작은 해프닝에 불과한 사건이긴 하지만, 혹시 국정원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대외비라는 표현이 조직의 약점을 감추기 위한 손쉬운 수단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취재파일] 면허증도 운행 목적도 "묻지 마"…막강 '국정원 버스' 탑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