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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포토] '캠핑카도 동원' 심야 아파트 분양권 거래 장사진

입력 : 2015.10.21 10:06|수정 : 2015.10.21 10:55


20일 오후 11시 40분 울산시 북구 진장동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입니다.

밤만 되면 인적이 뜸해지는 곳에 수백 명의 사람이 운집해 있었습니다.

인접 도로는 4∼5중으로 주차된 차들로 이미 주차장이었습니다.

모델하우스 주변 보행로에는 불을 밝힌 천막과 탁자 20여 개가 설치됐습니다.

한편에는 문을 열고 대기 중인 승합차들이 자리 잡았고, 심지어 캠핑카 6대도 눈에 띄었습니다.

자정 무렵, 사람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곳곳에서는 환호성을 지르며 포옹하는 광경도 보였습니다.

이후 약 3시간 동안 이들은 천막과 테이블에서, 캠핑카와 승합차에서 삼삼오오 뭉쳤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최고 1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최근 청약접수를 마감한 한 아파트의 당첨자 발표일 풍경이었습니다.

21일 0시로 예고된 발표 시각에 맞춰 마치 큰 야시장이 선 것처럼 분양권을 사고팔려는 사람들로 모델하우스 앞은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이날 군중을 단순히 분류하면 천막이나 캠핑카를 동원한 사람들은 분양권을 구하려는 울산의 부동산업자들이고, 나머지는 당첨된 분양권을 팔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분양권을 팔려는 사람 중 상당수는 외부 투기세력으로 추정됩니다.

당첨된 청약통장의 가점제 점수 커트라인이 타입별로 64∼69점의 고점인 것으로 볼 때, 당첨 확률을 높이고자 다른 지역에서 건너온 이른바 '점프 통장'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울산 아파트 청약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전매차익을 노린 전국 투기세력의 표적이 됐다는 업계의 우려가 실제 현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현장에서 복수의 부동산업자에게 확인한 결과, 분양권은 3천만 원∼4천만 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습니다.

당첨과 동시에 수천만 원의 웃돈이 붙은 것입니다.

실제 거주 목적으로 아파트가 필요한 울산 수요자들은 이미 수천만 원이 부풀려진 분양권을, 때에 따라 추가로 웃돈을 붙여 사들여야 하는 형편입니다.

이에 따라 위장전입과 청약통장 불법 거래 등 탈·불법을 조장하고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는 투기세력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울산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계약자의 전입날짜를 확인하는 등 위장전입과 청약 대포통장 거래를 적발해야 한다"면서 "사법·행정기관이 나서서 정말 집이 필요한 지역 수요자에게 불이익과 피해를 주는 투기세력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대구지검은 2013년 위장전입 등의 수법으로 부동산 거래질서를 어지럽힌 '떴다방' 브로커 등 26명을 적발했습니다.

또 서울과 경남 창원의 자치단체도 천막 등 임시 중개시설물 설치를 금지하는 '공인중개사법'을 근거로 떴다방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약 과열 현상이나 투기세력 개입에 따른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덜한 울산에서는 사법·행정기관의 대응도 미온적입니다.

울산시 관계자는 "(떴다방)현장 단속도 하는데 일시적으로 업자들을 쫓아내는 정도의 효과만 있을 뿐이다"면서 "단속을 나가도 차 안에서 은밀히 거래하면 단속할 근거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대구와 부산이 잇따라 도입한 '거주기간 제한' 제도를 울산도 도입해 투기세력이 판치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청약 자격을 강화하자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청약 신청자의 울산 거주기간을 최소 3개월 이상으로 제한해 지역민에게 분양 우선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박희철 울산시 건축주택과장은 "울산이 분양시장이 살아나는 상황에서 자칫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명확히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활개치는 투기세력을 차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치가 마땅치 않으므로, 소비자 스스로 이상 열기에 편승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연구소 교수는 "입주 전 분양권 70∼80%의 주인이 바뀔 정도로 '손바뀜'이 잦은 상황에서 떴다방, 불법 전매, 다운계약 등 다양한 탈·불법을 단속으로 근절하기는 어렵다"면서 "자치단체도 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띠는 것이 세수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에 섣불리 거주기간 제한 제도를 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심 교수는 "울산의 아파트 공급량은 지난 15년간 매년 7천 가구 안팎을 유지하다가 지난해와 올해 5천 가구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는 측면이 있다"면서 "현재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은 만큼 (아파트 거래에)숙고와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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