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30대 중반의 여성인 박 모 씨. 그녀는 9년 전 5월, 지방선거날을 기억에서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그날 그녀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서울 목동오거리로 가던 길에 게임에 집중한 나머지 약속 장소를 지나쳐 신정역에서 내렸습니다.
"잠깐만 이쪽으로 좀..."
약속 장소로 걸어가던 중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모르는 남자라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갑자기 이 남자는 흉기로 위협해 그녀를 어디론가 끌고 갔습니다.
"거 왜 그럽니까"
고함을 치는 박 씨를 보고 지나가는 사람이 무슨 일이냐 물었지만 여자친구가 술을 많이 먹어 말을 안 듣는다며
뻔뻔하게 둘러댄 남자.
"왔어?" "알아서 해"
그렇게 저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눈이 가려진 채 어느 집 반 지하로 끌려갔습니다. 그곳엔 납치를 한 남자 말고 굵직한 목소리의 남자가 한 명 더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목을 치고,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하는 남자. 가려진 눈 사이로 보이는 긴 칼과 많은 양의 끈은 공포스러웠습니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을 때 남자가 갑자기 화장실에 갔고, 박 씨는 살짝 열린 대문으로 도망쳐 나옵니다.
집 밖으로 달아나려다 그 주택의 2층으로 피신한 그녀. 천만다행으로 범인들은 그녀를 찾으러 집 밖으로 달려갑니다. 박 씨를 숨겨준 것은 연한 갈색의 낡은 신발장. 거기에는 ‘엽기토끼’ 스티커와 아이가 만든 것 같은 화분 하나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한참이 지나 2층에서 내려와 죽을 각오로 뛰기 시작한 박 씨. 10분 넘게 미친 듯이 뛰어서 도착한 한 초등학교에 숨어서 경찰에 신고한 그녀는 마침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범인을 찾지 못한 채 납치미수로 마무리됩니다.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박 씨가 다시 입을 연 건 10년 전 억울하게 죽은 두 피해 여성의 한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005년 6월 6일(현충일) 20대 권 모 양 쌀 포대에 감겨 숨진 채 발견.
2005년 11월 20일(일요일) 40대 이 씨 비닐에 감겨 숨진 채 발견.
근방에서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두 건의 살인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범행을 저지른 시기나 사용한 도구, 사망에 이르게 한 방법 등을 따져보면 박 씨를 납치한 사람과 두 여성의 살인자가 같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박 씨 납치미수 사건을 끝으로 서울 신정동에서는 더 이상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① 두려움 속에서 범죄 충동을 억누르고 있을 가능성
② 다른 곳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있을 가능성
전문가들은 연쇄 범죄자는 결코
스스로 범행을 중단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 잔혹한 살인마는 평범한 이웃의 얼굴로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팀은
이런 남자를 찾고 있습니다.
* 175cm, 단단한 체격의 짙은 눈썹의 소유자. 당시 30대 중반(현재 40대 중반).
* 신정동 초록 혹은 검은색 대문의 다세대 주택, 반 지하 가구 왼쪽 집에 거주.
* 계단을 올라가 보이는 2층 집 현관 앞 엽기토끼 스티커가 붙은 낡은 신발장, 그리고 그 위에 화분.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