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직후 김일성은 '장군'으로 불렸습니다.
장군은 김일성이 일제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인 데 대한 호칭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내에서 김일성이 이끈 투쟁과 그 성과를 알리는 이야기가 거듭 쓰임에 따라 김일성은 장군을 넘어 북한의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됐습니다.
이처럼 이야기는 사람들의 기억을 만들고 어떤 현상이나 인물에 대한 해석을 널리 퍼뜨리는 유력한 방법입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수기나 일기, 르포르타주, 기행문, 문학작품 등의 형태로 대중에게 전해집니다.
신형기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저서 '시대의 이야기 이야기의 시대'에서 1945년 8월 해방 이후 반복해 쓰이고 널리 읽혔던 이야기를 분석합니다.
책이 주목하는 이야기는 건국에 관한 이야기, 김일성 이야기, 반공 이야기, 한국전쟁 이야기, 4·19 진행 과정에서 쓰인 이야기와 이어지는 혁신 담론, 월남 이야기, 새마을운동 이야기, 전태일의 분신으로 시작되는 노동 이야기 등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항일무장투쟁의 이야기가 증식되고 고착됐던 과정은 그의 권력이 절대화되는 과정이었다. 이런 결과는 북한 체제가 이야기로 세워졌다는 설명을 불가피하게 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야기는 해방과 혁신의 촉매제가 되기도 했지만, 지배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구속의 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대중을 향해, 혹은 대중에 의해 발화된 이 심각한 이야기들이야말로 시대를 만들어간 주인공"이라면서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들에서 변화를 내다보거나 초래한 이야기의 동력학을 살피는 일 또한 역사 서술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