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잠정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이달 말로 다가온 제재 시한 만료를 앞두고 벨라루스 정부가 정치범을 석방하는 등 유화정책을 펴고 있는 것에 부응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포함, 정부 인사와 단체에 대한 제재를 4개월 정도 정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EU 전문매체들이 EU 외교소식통을 인용, 9일 보도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EU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12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릴 EU 집행위원회 외무장관 회의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일시 중단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EU는 지난 8월 벨라루스 당국이 정치범으로 수감중이던 야권 활동가 6명을 석방한 뒤부터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U 소식통은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잠정 중단이지 완전한 해제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벨라루스의 인권 상황이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정치범 석방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개인적 결정으로 사법제도의 심도있는 개혁이나 정치 민주화의 결과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다수의 EU 회원국들은 1년 동안 제재를 중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1994년부터 벨라루스를 철권 통치해오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서방으로부터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란 별명을 얻고 있다.
인권 문제와 선거 부정 등을 이유로 한 EU의 벨라루스 제재는 지난 1997년부터 시작됐다.
2010년 대선 이후에는 기존 재재 조치를 강화해 6개월마다 연장해 오고 있다.
EU는 현재 루카셴코 대통령을 포함한 150여명의 벨라루스 인사에 대해 EU 회원국 입국 금지와 유럽 내 은행 자산 동결 등의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제재에는 또 벨라루스에 대한 무기 수출 및 이중용도 물자 공급 금지 조치도 포함됐다.
루카셴코는 2010년 12월 실시된 대선에서 8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곧이어 부정 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당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야당 대선 후보를 포함한 600여 명의 야권 지지자들이 대거 체포됐다.
EU와 미국 등은 선거부정과 야권 탄압을 이유로 2011년 초부터 루카셴코 대통령과 그 측근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그러나 지난 8월 반제체 지도자 6명을 석방하는 등 유화 조치를 취했다.
지난 2월에는 우크라이나 내전의 휴전을 이끌어낸 '민스크 4자 회담'을 개최하는 등 중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 같은 변화가 EU의 벨라루스 정치 상황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U의 벨라루스 제재에 대한 입장은 오는 11일 실시되는 벨라루스 대선이 평화롭고 합법적으로 치러지는 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이번 대선에선 5선에 도전하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EU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선거감시단의 보고를 검토한 후 제재 해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