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 종이인 한지를 외국에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국인들이 직접 써보고 특징을 알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2015 한지 세계화 전략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앞두고 8일(현지시각) 간담회를 한 한지 전문가와 예술인들은 전통 방식으로 한지를 제조하는 한국 내 20여 개 공장이 더 사라지기 전에 한지의 우수성을 국제무대에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9일 오전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아츠'에서 개최되는 이번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서는 이들은 이번 행사가 '한지 세계화'의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하버포드 대학의 미술학과장인 김희숙 교수는 "판화를 제작할 때 한지는 일본의 화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민감한 예술인들이 우수성을 안다면 계속 한지를 쓰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한지는 자연스러운 멋이 있고, 발색이 뛰어난데다, 서양의 잉크가 찍혀도 번지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지를 뉴욕 등 미국 내 극소수 지역에서만 구할 수 있고,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 등은 한지를 더욱 대중화하는 데 대한 걸림돌로 지적됐습니다.
63㎝×93㎝ 크기의 전통 한지 한 장에 20달러 정도인 데 비해 비슷한 크기의 화지는 3달러이다 보니 작가, 미술대학생 등은 한지에 '벽'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장인이 만드는 고급지도 있지만, 대량 생산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한지도 외국서 쉽게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재미동포 지승공예 아티스트인 에이미 리씨는 이 때문에 직접 닥나무를 심었고,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전통 '외발뜨기' 방식으로 한지를 만듭니다.
경기도 가평의 제작공방인 '장지방'에서 한지 제작을 배웠다는 리씨는 "한국이라면 6.25전쟁 밖에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한지를 알리고 싶었으나 저 또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어 장학금을 받아 한국으로 유학까지 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체코의 한 사진작가에게 한지 만드는 법을 가르쳤는데, 직접 만들더니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면서 "다양한 한지를 사서 쓸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인들이 '한지'를 고유 명사로 부르지 않고, 쌀을 먹는 문화권의 종이라는 의미에서 중국, 일본의 종이와 구분 없이 '라이스 페이퍼(Rice Paper)'로 칭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이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이번 세미나를 위해 뉴욕을 찾은 김형진 국민대 교수는 "오랜 역사를 가진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흘림 뜨기 제작 방법을 등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한지로 스피커의 울림 판을 만들면 음이 더 원음에 가깝게 전해진다고 한다"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첩보위성 제작에 한지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지가 소재로서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들 외에도 미국 워싱턴 '폴저 셰익스피어 박물관'의 자료보존처리 전문가인 레아 드스테파노가 '보존용지로서의 한지 활용 사례와 가능성', 영국 출신 디자이너인 크리스 래프테리가 '소재로서 바라보는 한지의 가능성'을 주제로 다양한 이용 사례를 제기할 예정입니다.
이번 세미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