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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은 지하로, 지상엔 녹지'…연대 백양로의 변신

입력 : 2015.10.04 10:16


창립 130주년을 맞은 연세대가 야심 차게 추진한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가 3년 만에 마무리돼 이달 7일 새로운 백양로의 모습을 선보입니다.

캠퍼스 내 대표적인 지상 공간을 차량이 다니지 않는 녹지로 조성하고, 대신 지하에 차량 이동로와 주차공간, 교육·문화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지하공간을 활용한 어떤 건축물보다 주목할 만한 결과물을 남겼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자평입니다.

그러나 사업 초반부터 교수사회가 이 사업을 두고 '졸속 시행'이라며 반발하면서 한동안 학내 갈등의 주된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학내 다른 곳의 교육환경 개선에 우선 투자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백양로는 신촌캠퍼스 정문과 본관을 잇는 길이 550m의 축입니다.

1920년대에는 백양목이 심긴 오솔길이었다가 1958년 차량이 다니는 도로로 확장됐고, 백양목 대신 은행나무가 심기는 등 과정을 거쳐 프로젝트 시작 이전 모습이 됐습니다.

기본적인 기능은 정문을 거쳐 학교로 들어오는 연세대생들의 통학로이자 교직원들의 출퇴근길이었지만,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는 대학생들이 서울 도심에서 시위를 벌이기 전 집결하던 역사적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신촌 일대 차량 통행량이 급증함에 따라 백양로는 하루 1만 2천여 대의 차량이 지나가는 길목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백양로가 신촌캠퍼스를 동서로 갈라놓을 뿐 아니라 학생 안전과 환경까지 위협한다고 학교 측은 판단했습니다.

2000년대에 이르면서 백양로 지하공간을 활용하자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제17대 정갑영 총장이 2012년 취임하고 나서 전담 부서를 만들고 학내 구성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여는 등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2013년 8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진행된 백양로 프로젝트는 6만 6천㎡가 넘는 지상 공간을 차가 다니지 않는 녹지로 만들고, 지하 공간을 2개 층으로 나눠 연면적 약 5만 9천400㎡에 차량 이동로와 주차공간 등을 조성하는 공사였습니다.

투입된 공사비는 약 1천50억 원인데 이 가운데 480억 원은 동문 등 각계 모금으로 조달했습니다.

지하 공간에는 기존의 지상 백양로 구간을 관통하는 차도와 더불어 로터리와 비슷한 '교통광장'이 들어섰습니다.

호텔 로비처럼 차량 승·하차와 회차가 이뤄지고, 셔틀버스나 택시가 오가거나 대기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차량 917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공간도 마련돼 지상의 주차 수요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하 공간에는 39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인 금호아트홀과 강당, 회의실, 강의실, 학생 편의시설도 마련됐습니다.

박삼구 연세대 총동문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기부로 만들어진 금호아트홀은 비슷한 규모의 국내 유수 공연장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학교 측은 설명했습니다.

지하 건축물 위로는 흙을 1.5m 두께로 덮고 녹지를 조성했습니다.

백양목과 은행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나무와 꽃을 심었고,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운 약 2만 9천700㎡를 잔디밭으로 조성하는 등 조경에 큰 공을 들였습니다.

아스팔트 포장 비율도 56%에서 15%로 줄여 녹지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높였습니다.

백양로 프로젝트가 내내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교육환경 개선 등 투자가 시급한 영역이 많은데도 "거액을 들여 조성하는 지하 공간의 주된 용도가 고작 주차장인가"라는 비판이 초반부터 제기됐습니다.

교수와 학생 등 구성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사업이 추진된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습니다.

백양로라는 공간의 역사·생태적 의미를 고민하지 않은 채 졸속 시행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교수들의 대의기구인 교수평의회는 공사가 시작된 2013년부터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학교 측과 맞섰습니다.

백양로에 있던 오래된 은행나무를 파헤치지 말라며 교수들이 천막을 펴놓고 불침번을 서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사업이 완료된 지금도 추진 과정과 내용에 대한 아쉬움을 거두지 않는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백양로 사업에 반대했던 한 교수는 "강의용 건물 한 동을 새로 짓는 비용은 백양로 프로젝트 투입비용의 절반도 안 된다"며 "교육환경이 열악한 건물이 여럿인 상황에서 굳이 그 큰돈을 이런 사업에 썼어야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