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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받을 뻔한 '셔틀 밴 운전기사?'

스브스뉴스 권재경 PD

입력 : 2015.10.03 19:28|수정 : 2015.10.03 20:00




10월 5일부터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시작됩니다. 이번 노벨상 후보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과거 수상자들도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아시나요? 안타깝게 노벨상을 놓친  ‘셔틀 밴 운전기사’가 있습니다.

2008년 녹색 형광 단백질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세 명의 과학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 두 사람이 ‘어떤 남자’를 노벨상 시상식에 초대했습니다. 그들은 이 남자가 ‘원래 노벨상을 받았어야 하는 사람’이기에 시상식에 초대했다고 밝혔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이 연구의 ‘핵심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이 초대한 이 남자의 직업은 과학자가 아니라 ‘셔틀 밴 운전기사’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더글라스 프래셔(Douglas Prahser).

원래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박사입니다.

1987년, 프래셔 박사는 형광 해파리 ‘에쿼리아 빅토리아’를 통해 세포를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합니다.

전자현미경으로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기가 작은 단백질.

하지만 해파리의 형광 단백질을 기존의 단백질과 붙일 수만 있다면, 육안으로도 세포를 쉽게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실용화만 된다면 세포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엄청난 신기술이었지만, 연구자금이 부족했습니다. 미국의 여러 기관들이 별다른 실적이 없는 그에게 연구비 지원을 안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연구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자신에게 꾸준히 문의해온 과학자들에게 자신의 연구자료를 넘겨줬습니다.

이들이 바로 2008년 노벨 화학상의 주인공인 마틴 챌피와 로저 첸 박사입니다.

연구를 포기한 프래셔 박사는 생계를 위해 한 자동차 판매회사에서 손님을 태워주는 ‘셔틀 밴 운전기사’로 취업했습니다. 그가 받은 임금은 시간당 8.5달러….

수상자들은 그가 없었다면 애초 이 연구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그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아쉬울 법도 한데, 그는 동료 과학자들의 수상에 전혀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자신의 연구가 노벨상을 받았음에도,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된 비운의 과학자. 하지만 그는 과학 연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동료 과학자의 제안에 결국 연구실로 돌아간 겁니다. 수상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더글라스 프래셔 박사.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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