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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 물 대는' 양수기 절도범 기승…속 타는 농민들

입력 : 2015.10.02 10:28|수정 : 2015.10.02 10:35

가뭄 극심한 강화도…양수기 밧줄로 꽁꽁·경찰 전담팀 배치


모내기 후 한창 논에 물을 대는 때인 7월 초.

인천시 강화군 교동면 난정리에서 벼농사를 짓는 방 모(58)씨는 황당해하며 112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날 난정저수지 인근 중앙배수로에 설치한 소형 농업용 양수기(펌프)가 밤새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방 씨는 "양수기를 다시 사는 비용도 부담이지만 한시바삐 물을 대야 하는 상황에서 양수기가 사라져 애가 탔다"고 가슴을 쳐댔습니다.

지난해부터 극심한 '가뭄 대란'을 겪고있는 강화도에서 양수기를 도둑맞는 사례가 늘면서 농민들의 마음까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강화경찰서 교동파출소에 따르면 올해 모내기 철(5∼6월)에 접수된 양수기 절도 건수는 총 4건입니다.

그러나 한창 바쁜 농번기라 양수기를 잃어버리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제 절도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합니다.

교동면 인사리 황기환 이장은 "마을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지난해 양수기 절도가 2∼3건에 그쳤지만 올해에는 거의 100대가 넘는 양수기를 도둑맞았다"며 "대부분 일이 바빠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 5∼6월 강화경찰서는 절도 관련 민원이 많았던 인사리 인근 배수로에 '양수기 감시' 전담 인력을 배치해 보름간 잠복근무를 하기도 했지만 양수기 절도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소형 양수기 1대가 시가 14만 원 상당으로 비교적 비싼데다 여러 대가 있으면 많은 양의 물을 빨리 끌어다 댈 수 있어 양수기 절도가 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강화군 주민들은 가뭄에다 양수기 절도까지 겪으면서 흉흉해진 민심에 울상입니다.

지난 7월 양수기를 도둑맞았다는 나 모(52)씨는 "올해 가뭄이 기승을 부리면서 양수기를 밖에 내놓을 때 밧줄로 꽁꽁 묶어 자물쇠를 채웠던 집이 많았다"며 "그렇게 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나 씨는 이어 "양수기 중에서도 상태가 양호한 것들만 골라 훔쳐간 탓에 새로 구입한 양수기는 밖에 내놓기도 무서울 지경"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올해 강화의 누적 강우량은 422mm로 예년 전체 평균 강우량 1천346mm의 35% 수준입니다.

군청이 나서 강화하수처리장의 물을 농업용수로 끌어오는 등 급수를 지원했지만 현재 31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9.7%로 내려갔습니다.

강화도의 논 1만 160ha 가운데 모를 아예 내지 못한 논도 91ha나 됩니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가 한창 일어났을 당시 잠복근무를 비롯해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는 등 기초 조사를 마쳤다"며 "절도범을 잡기 위해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