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기 임기 말에도 '레임덕'(권력누수) 없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반군 '이슬람 국가'(IS) 사태와 관련해선 '곤경'에 처한 모습이다.
미국 주도의 대대적인 IS 격퇴 작전에도 IS가 계속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데다가, IS 격퇴를 위한 '시리아 해법'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핵심 맹방으로부터도 까칠한 비판이 쏟아지는 탓이다.
특히 사석에서 '브로'(Bro·형제를 뜻하는 브라더의 비격식 용어)라고 부르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마저 유엔 총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충고성' 발언을 하면서 IS 사태와 관련해선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부대행사의 하나인 대(對)테러 정상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IS 격퇴 작전은 전통적인 재래식 전쟁이 아니라 조직과 이데올로기에 동시에 맞서 싸우는 새로운 형태의 장기 전쟁"이라면서 "이는 쉬운 일이 아니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IS 격퇴 작전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다만 "폭력적 극단주의는 어떤 특정한 믿음(종교)에만 특정된 것이 아닌 만큼 무슬림 자체에 대한 '프로파일링'(인종·종교차별적 시각)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이슬람 전체에 대한 매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IS에 대해 '이슬람 극단주의'라는 표현 사용을 자제해 왔으며, 이 때문에 공화당 등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캐머런 총리는 "버락, 당신이 말한 것처럼 모든 종교에 극단주의자들이 있다. 맞는 말이다"면서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오늘날 IS와 알샤바브, 알누스라, 알카에다를 비롯한 수많은 테러집단을 있게 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이라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캐머런 총리는 또 "서방 국가들은 각국에서 젊은 무슬림의 마음을 악하게 물들이는 극단주의 전도사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우리의 학교와 교도소, 대학에서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 물론 내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이는 증오의 자유와는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소년, 인질을 막 참수하는 데 사용한 칼을 들고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남자 모두 처음부터 그렇게까지 극단 성향을 보인 것은 아니다"면서 "이들은 극단주의 테러리스트가 되기 이전에 미리 극단주의적 시각과 사고방식을 보였을 텐데 우리는 끝이 아니라 시작단계부터 이런 (테러리스트가 되는) 과정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캐머런 총리의 발언에 대해 "(극단주의에 대한) 캐머런 총리의 지적은 훌륭했다. 폭력적인 극단주의는 결국 우리가 미리 대응해야 할 극단주의적 시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형식적 평가만 했다.
아울러 "그런 노력이 좋은 통치구조와 정치적 합의로 이어질 것이고 그러면 폭력적 극단주의 표현들을 조장하는 인큐베이터도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전날 유엔 총회 연설, 뒤이은 양자회담에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IS 및 시리아 해법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 주재 대테러 정상회의에도 유엔 주재 차석 대사를 대리 참석시켜 노골적인 갈등상을 표출했다.
특히 러시아가 IS 격퇴를 명분 삼아 시리아 공습에 나서면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측면 지원하는 양상이 연출되자, 알아사드 정권 축출을 추진해 온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 진 상황이다.
당장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30일 군사위 회의에서 중동 지역 내 미국의 급격한 영향력 축소와 러시아의 입지 확대를 우려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정책을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