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생활·문화

[취재파일플러스] 툭하면 항생제 처방…몸 망치는 지름길

안현모 기자

입력 : 2015.09.30 08:28|수정 : 2015.10.02 10:47

동영상

명절 지나고 나니 날씨가 제법 서늘해졌는데요, 이럴 때 자꾸 기침도 나고 콧물도 흐르고 감기 기운이 있어서 동네 병원을 가면 항생제를 처방해줄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사용이 많은 나라로 꼽히는데요, 권란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그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항생제는 보통 바이러스성 질환,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 쓰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감기에도 항생제가 흔히 처방되고 있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항생제 처방률 최고치를 기록한 일반 의원 열 군데 가운데 여섯 군데가 소아과였는데요, 소위 잘 나간다는 소아과들의 경우 항생제 처방률은 5, 60%대에 달했고, 전체 평균은 38%로 처방전 10건을 내어주면 그중 4건에는 항생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대학병원 같은 대형 종합병원은 이보다 낮은 21% 수준이라 아이가 아프면 제일 먼저 찾는 집에서 가까운 1차 소아과들이 오히려 항생제 처방을 2배 가까이 자주 해주고 있었던 겁니다.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증상을 얼른 없애줘서 엄마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서일 테지만, 사실 항생제가 필요한 경우는 전체 감기의 5%도 되지 않습니다. 2차 감염이 우려되는 세균성 목감기 정도에만 국한해서 써야 맞는 겁니다.

이는 항생제가 장 속에 있는 좋은 세균과 미생물까지 죽여서 스트레스나 음식에 대한 저항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인데요, 특히 아직 성장 중인 어린아이들은 훨씬 취약합니다.

덴마크 스타텐스 세럼 연구소에 따르면 58만여 명의 어린이를 8년 동안 조사한 결과 4살 때까지 한 번이라도 항생제를 먹은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발생률은 80% 이상 높았고,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 발생률은 3.5배 높았습니다.

[정인혁 교수/경기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 : 대부분의 항생제는 신장에서 배설이 되거든요. 신기능이 떨어지게 될 수 있고 또 어떤 항생제는 뼈에 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키가 크는데 영향을 줄 수 있고요. 또 어떤 애들은 귀에다가 이독성을 맡아내는 경우도 있거든요.]

아프지 말라고 다니는 병원에서 병을 더 얻어가는 일은 없어야겠죠. 독한 약을 써서라도 빨리 낫게 해달라는 환자의 인식도 개선되어야겠지만, 무엇보다 당장은 원망을 듣더라도 진짜 환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의료계의 노력이 중요해 보입니다.   

▶ [취재파일] 여전히 높은 소아과 항생제 처방률…크론병·성장장애까지?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