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에는 얼마나 많은 화석연료가 묻혀 있을까? 미국 에너지정보국(EIA)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전 세계에 기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채굴이 가능한 원유의 확정매장량(proved reserves)은 1조 6천 555억 6천만 배럴이다. 실제 채광이 가능한 석탄(recoverable coal)은 9천 797억 9천만 톤(Short tons), 천연가스는 697경 518조 세제곱피트나 된다.
2014년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이 약 340억 배럴, 2012년 전 세계 석탄 생산량이 87억 톤(Short tons), 또 2013년 전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이 121조 세제곱피트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매장량이나 생산량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원유는 앞으로 약 50년, 석탄은 112년, 천연가스는 57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물론 화석연료가 고갈되기 전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고 반대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유전이 발견되거나 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땅속에 묻혀 있는 이 모든 원유와 석탄, 천연가스를 모두 채굴해 사용하면 지구는 지금보다 얼마나 더 뜨거워질까? 또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릴 경우 바닷물의 높이는 얼마나 더 올라갈까? 세상은 지금과 비슷할까?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이번 세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세기에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온실가스 또한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에도 화석연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고 특히 한번 대기 중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수백 년 심지어 수천 년에 걸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대기 중으로 배출된 온실가스 농도가 안정화되기까지는 100~300년, 온실가스로 인해 상승하는 기온이 멈추기까지는 적어도 수백 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뜨거워진 대기가 바다와 평형을 이루기까지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바닷물은 온도가 올라가면 팽창을 하게 되는 데 팽창하는 바닷물이 팽창을 멈추기까지는 수백~수천 년이 걸릴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특히 기온 상승으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상승하는 해수면 높이가 멈추기까지는 적어도 수천 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도 수천 년은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독일과 미국, 영국 공동연구팀이 인류가 현재 매장돼 있는 화석연료를 모두 채굴해 사용할 경우 앞으로 수천 년 동안 지구가 얼마나 더 뜨거워지고 해수면은 얼마나 상승할 것인지, 또 지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인지 연구했다(Winkelmann et al., 2015).
IPCC는 현재 기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개발이 가능한 화석연료를 모두 채굴해 사용할 경우 8조 5천억 톤~13조 6천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석연료가 고갈되는 시점을 고려하면 화석연료 사용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기간은 길어야 지금부터 100~200년 이내다.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고 4,000ppm을 넘어설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10배 이상 농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화석연료 사용이 멈춘 뒤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점차 낮아지기는 하지만 서기 1만년에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0ppm 안팎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현재와 비교해 기온이 높은 기간이 적어도 만년은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화석연료를 모두 소비할 경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최고 11.4도나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이후에는 기온이 조금씩 떨어지기는 하지만 서기 1만년에도 산업혁명 이전보다 기온이 8.1도나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기온이 지금보다 올라가는 만큼 현재 극지방을 덮고 있는 빙하는 수천 년 동안 지속적으로 녹아내릴 수밖에 없다.
실험 결과 평균 1.9km 두께로 덮여 있는 남극 빙하가 서기 1만년에는 남극점 주위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녹아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극의 빙하가 100% 녹아내려 물이 바다로 흘러갈 경우 해수면 높이가 58m 정도 상승할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남극 빙하만 고려하더라도 인류가 현재 채굴이 가능한 화석연료를 모두 사용할 경우 해수면이 적어도 50m이상 상승한다는 것이다. 또 그린란드를 비롯한 남극 이외의 빙하까지 고려할 경우 화석연료를 모두 사용하면 해수면 높이가 60m 정도나 상승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뉴욕을 비롯한 전 세계 해안도시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기게 되는 것이다.
지난 1880년부터 2012년까지 133년 동안 전 지구 평균기온은 0.85도 상승했다. 현재 전 세계의 공동 목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도 이내로 막는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것을 돌이킬 수 없을 뿐 아니라 기상 재앙 또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흔히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는 경우를 위험한(dangerous)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지구 평균 기온이 4도 이상 상승하는 경우는 대재앙(catastrophic)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렇다면 채굴 가능한 화석연료를 모두 사용해 지금보다 기온이 8~11도나 올라가는 지구는 어떤 세상일까? 대재앙을 넘어선 단계로 학계에서는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세상, 지금까지와는 너무 달라 알아 볼 수조차 없는(unrecognizable) 세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기 시대가 끝이 난 것은 돌이 부족해 끝이 난 것이 아니다.”
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상(石油相)이었던 야마니(Sheikh Ahmed Zaki Yamani)가 한 말이다. 석유가 고갈되기 훨씬 전에 석유 시대가 끝난다는 것을 경고한 말이지만 인류는 현재 화석연료가 고갈되기 훨씬 전에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돌을 대체한 청동처럼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개발이 시급하다.
<참고문헌>
* Ricarda Winkelmann, Anders Levermann, Andy Ridgwell, and Ken Caldeira. 2015: Combustion of available fossil fuel resources sufficient to eliminate the Antarctic Ice Sheet. Science Advances, DOI:10.1126/sciadv.1500589
* 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International Energy Statistics.
https://www.eia.gov/cfapps/ipdbproject/IEDIndex3.cfm?tid=1&pid=7&ai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