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교수는 25일(현지시간)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국과 미국, 중국의 정책이 융합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 세 국가는 이제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할 때"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소속 한미연구소가 '변화된 북한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장관은 "2013년 이후부터 중국은 한국, 미국과 비핵화 문제를 놓고 공동보조를 취해왔다"며 "중국이 지금처럼 북한 핵문제를 놓고 미국과 가까워진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국과 미국은 이처럼 드문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 중국은 그냥 앉아서 기다리자는 식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벗어나 서로 긴밀한 협력 속에서 북한이 핵개발 의욕을 꺾을 수 있도록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며 한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 만으로는 상황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없다"며 "북한이 서구 경제와는 분리된 채 대외경제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정권교체 전략도 효과가 없다"며 "이라크 사례에서 보듯이 정권교체가 오히려 이슬람국가(IS)라는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하고 "군사적 성공이 정치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 미국 측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았던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DNI) 산하 비확산센터 소장은 "핵과 미사일 능력을 증강하는 북한이 견고한 국외자로 남아있는 현 상황이 위험스럽다"며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입장을 청취하고 공통분모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디트라니 전 소장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하려면 자신들이 원하는 의제뿐만 아니라 북한이 원하는 의제들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대화를 해야 한다"며 "평화협정, 안전보장, 핵의 평화적 이용, 위성개발 주권, 제제해제 등도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성향의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며 북한은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능력을 계속 증강시켜 나가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가 있으며 정책적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누지 총장은 이어 "미국의 차기 행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측방공격'을 할 필요가 있다"며 "너무 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제재만 가하지 말고 인권과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관여함으로써 북한이 스스로 변화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분명히 알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수적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댄 블루멘탈 연구원도 "미국의 기존 대북정책은 북한이 외부로부터 지원을 얻으면서 핵무기 능력을 강화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블루멘탈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이 원하는 통일의 목표는 핵무기가 없으면서 한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체제"라며 "그러려면 북한을 상대로 관여전략(engagement strategy)를 펴야하며 북·미간에도 직접적 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의 차후 붕괴되는 상황까지도 감안해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유리하게끔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전문웹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방문연구원은 "서로 상이한 접근을 꾀해온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핵문제와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슷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를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가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나가느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