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 있는 게 더 충격이다."
어제(23일) 국내로 송환된 '이태원 살인 사건'의 피고인, 미국인 아더 패터슨(36)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도대체 그는 무엇이 충격적이었던 걸까요? 자신의 결정적 실수 때문에 한국으로 송환됐기 때문입니다.
무슨 실수일까요? 패터슨이 한국에서 도주한 뒤 10년째 되던 2009년 10월, 우리나라 법무부는 패터슨에 대해 미국에 범죄인인도청구를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한 국가입니다.
패터슨 같이 1년 이상 실형에 해당하는 형사범죄 피고인을 넘겨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정치범 제외) 201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체포된 패터슨은 범죄인인도 재판에 넘겨졌고 2012년 10월 미국 법원은 범죄인인도 허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패터슨은 '인신보호청원'을 다시 제기합니다.
쉽게 말해 한국이 자신을 데려가려 하는데, 이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달라는 요구입니다.
범죄인인도 결정이 적절한지 다시 판단해달라는 것이죠.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하면 송환까지 시간을 2~3년 이상 더 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패터슨이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패터슨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이미 한국으로 넘기겠다고 범죄인 인도 결정을 했습니다.
패터슨은 이 결정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한 것인데, 인신보호청원 재판 중에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면 따라서 먼저 범죄인인도 결정 집행 정지를 신청해야 합니다.
패터슨도 인신보호청원 1심과 항소심 과정에선 범죄인인도 결정 집행 정지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항소심에서 패하고 마지막 상고를 남겨둔 패터슨이 범죄인인도 결정 집행 정지 신청을 깜빡 잊고 하지 않은 겁니다.
16년 전 나흘 동안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결정적 실수로 패터슨을 놓친 한국 사법당국, 이번엔 패터슨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 국제형사과 소속 검사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한국 송환 결정을 확정받았습니다.
패터슨은 한국으로 송환이 최종 결정된 뒤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게 됐습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충격적"이라는 말을 한 패터슨의 심정, 이제 이해가 되시나요? 16년 전 결정적 실수 때문에 이태원 살인 사건의 피해자 고 조중필 씨 가족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힘들어했습니다.
그나마 패터슨의 결정적 실수를 포착한 사법당국이 16년 만에 밥값을 한 덕에 늦게나마 사건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었습니다.
패터슨에 대한 재판은 10월 2일 시작됩니다.
재판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돼 16년 동안 지연됐던 정의가 늦게라도 실현되길 바랍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