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찰과 한번 인연을 맺었으면 끝까지 식구라고 생각합니다." 전북 김제경찰서 금산파출소 직원들이 추석을 사흘 앞둔 24일 희귀병을 얻어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는 고모(50)씨의 집을 찾아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산 생필품을 전달했습니다.
금산파출소 직원들이 이날 고씨를 찾은 것은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천적으로 신경섬유종이라는 희귀병을 앓던 고씨는 1983년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17살이라는 이른 나이로 금산파출소에서 '사환'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사환의 업무는 파출소에서 청소나 서류 배송 등 잔심부름을 맡아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씨는 순찰차도 없던 시절 왕복 70리(약 28㎞) 길을 시내버스를 타고 오가며 성실히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2003년 사환이라는 직책이 없어진 뒤에도 고씨는 퇴직할 때까지 3년이나 더 성심성의를 다해 이 파출소의 치안업무를 도왔습니다.
워낙 성실했던 그는 일하면서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주경야독으로 김제상업고등학교도 졸업했습니다.
그의 성실한 업무 태도는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직원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고씨와 함께 일했던 임진옥 파출소장은 "고씨는 경찰서 직원들까지 다 알 정도로 성실했다"며 "직원들은 항상 고씨가 희귀병으로 팔이 온전치 못해 더 나은 일을 배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고씨는 10년 전 국제결혼을 통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도 했지만 아들마저 고씨와 같은 희귀병을 갖고 태어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고씨는 현재 날품 일을 해가며 83세의 노모와 아들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아들과 함께 매주 서울에 있는 병원에 약을 타러 가야 하는 고된 생활이지만 고씨는 항상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금산파출소 한상기 경위는 "고 선생님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파출소 옆 학교로 아들을 태우러 오는데 항상 밝은 모습으로 오신다"며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가정을 잘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습니다.
고씨는 "퇴직한 지 오래됐는데 명절 때마다 잊지 않고 좋은 선물을 가져다주시니 너무 감사하다"며 "우리 가정이 받은 만큼 남을 도울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겠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