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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성범죄 경찰 복직…'과도한 음주'가 감경 사유?

김지성 기자

입력 : 2015.09.26 10:14|수정 : 2015.09.26 10:24


A 경위는 같은 팀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하다 여경에게 특정 신체 부위를 만져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당연히 성희롱입니다. 나아가 주차장에서 이 여경의 신체 부위를 만지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해임됐습니다. 하지만 A 경위는 징계에 불복해 소청(訴請)을 제기했고, 소청심사위원회는 A 경위의 징계 수위를 '해임'에서 '정직 3개월'로 감경했습니다. "확인된 성희롱과 성추행이 한 차례씩에 불과했고 A 경위의 재직 경력 등 여러 정상을 참작했을 때 해임은 지나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렇게 A 경위는 복직했습니다.

● '파면·해임' 경찰관 10명 중 4명 복직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3년 동안 파면이나 해임을 당한 경찰관은 470명이고 이 가운데 201명이 감경을 받아 복직했습니다. 파면이나 해임을 당해도 10명 중 4명은 다시 복직한 것입니다.연도별로는 2012년 176명이 파면 또는 해임됐다가 67명이 복직해 38.1%의 복직률을 보였고, 2013년 37.2%로 복직률이 약간 낮아지는가 싶더니 지난해 52.9%로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 해만 놓고 보면 파면 또는 해임된 경찰관 2명 중 1명이 복귀한 셈입니다. 경찰은 "지난 해의 경우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 기강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공무원의 잘못에 대해 엄하게 책임을 묻는 게 사회적인 분위기였다" 며 "평소에는 경징계에 그칠 사안도 중징계를 내리다보니 복직률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위 유형별로는 '금품 수수' 경찰관의 복직률은 19.1%로 상대적으로 낮았고, '직무 태만'과 '규율 위반'으로 파면 또는 해임됐다가 복직한 경찰관의 비율은 각각 60%, 59.5%로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특히 성범죄로는 3년 동안 경찰관 20명이 파면·해임됐다가 이 중 40%인 8명이 복직했습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복직자가 아예 없거나 한 명이었는데 지난 해에는 7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 '과도한 음주'·'반성 중'·'표창 경력' 등이 감경 사유

감경 사유도 다양했습니다. 노래방 도우미와 성매매를 한 혐의로 해임된 경찰관에 대해선 '과도한 음주에 따른 우발적 사안이었고, 반성하고 있으며 그동안 징계 전력이 없었던 점'이 감안됐습니다. 찜질방에서 옆에 누워 있던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된 경찰관은 '피해 여성의 탄원서가 제출돼 형사 사건이 기소 유예 처분된 점, 징계 전력이 없고 다수의 표창 경력이 있는 점'이 감경 이유였습니다. 공원 벤치에서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여학생들에게 보여준 혐의로 파면된 경찰관에 대해선 '과도한 음주에 따른 충동적 범행이었고 깊이 반성하는 점'을 고려해 '다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이 타당하다'고 결론 냈습니다.소청심사위원회는 국무총리실 산하 인사혁신처 소속입니다. 위원장 1명과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행정자치부 출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상임위원 3명 중에 경찰 출신도 한 명 포함돼 있지만 조직상으로는 경찰과 별개 기관입니다. 경찰 입장에서는 "우리는 가장 무거운 수위의 징계를 내렸는데 소청심사위원회에서 감경을 해준 것"이라는 반론이 가능합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88명의 경찰관이 파면되거나 해임됐습니다. 이 중 16명이 이미 복직했고 일부는 소청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복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보여주기식 징계" vs "기강 확립 차원"

이를 둘러싼 해석은 엇갈립니다. 당장 "보여주기식 징계에 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어차피 상당수가 다시 복직하는데 굳이 중징계를 내릴 필요가 있느냐', '중징계를 내린 의미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파면과 해임은 공무원을 강제로 퇴직시키는 중징계로, 파면된 사람은 5년 동안, 해임된 사람은 3년 동안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습니다. 해임은 퇴직급여 불이익이 없지만 파면은 퇴직급여가 절반이나 삭감됩니다. 이런 탓에 일시적으로 여론 악화를 피하기 위해 필요 이상 중징계를 내렸다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반면 경찰은 기강 확립 차원에서라도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나중에 소청심사위원회에서 번복되더라도 13만 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선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국민과의 접촉면이 넓고 치안을 담당하는 조직인 만큼 다른 기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경찰관도 한 가정의 가장이거나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파면이나 해임과 같은 중징계는 신중히 이뤄져야 합니다. 반면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 공무원인 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경찰이 얘기하는 '일벌백계'의 필요성도 납득이 갑니다. 같은 행정자치부 소속 공무원을 심사하는 소청심사위원회의 잣대가 너무 관대한 것은 아닌지, 중징계와 감경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할 필요는 없는지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경찰관의 복직률이 높아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