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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4일을 되돌리기 위해 16년이 걸렸습니다

입력 : 2015.09.23 18:20|수정 : 2015.09.23 18:28




요즘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태원.

지금부터 말씀드릴 사건은 18년 전인 1997년 4월 3일 밤, 이태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홍익대학교에 다니던 조중필 씨(당시 22살)는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이태원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들어간 햄버거 가게. 그리고 조 씨는 이곳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조 씨를 칼로 찔러 살해한 겁니다. 왼쪽 목 4번, 오른쪽 3번, 가슴 2번. 

숨진 조 씨의 몸은 온통 칼에 찔린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하얀 화장실 바닥은 피로 얼룩졌습니다.

도대체 범인이 누굴까요?

경찰은 용의자 2명을 지목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아들 아더 패터슨(36, 당시 18세)과 교포 에드워드 리(36, 당시 18세)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진술은 서로 달랐습니다.

패터슨은 리가, 리는 패터슨이 조 씨를 죽였다고 주장한 겁니다.

검찰은 최종적으로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패터슨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스러워 리가 단독 범행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대법원 판결문 중

1998년 9월 30일 

리는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납니다.

패터슨은 어떻게 됐을까요? 패터슨도 감옥에 가긴 했습니다.

이태원 살인 사건과 관련해 살인범으로 지목되지 않았지만, 당시 입었던 옷을 태우고, 칼을 버린 행위가 증거인멸로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겁니다.

하지만, 리가 무죄를 선고받기 1달쯤 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상황이었습니다.

피해자 조 씨의 가족은 풀려난 패터슨을 살인범으로 지목해 1998년 11월 9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고소장을 접수한 이후 검찰은 패터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해놓고 수사하고 있었습니다.

출국금지는 보통 3달에 한 번씩 연장 신청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이 재연장 신청을 깜빡해 1999년 8월 23일 일시적으로 패터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된 겁니다.

패터슨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24일 한국을 떠났습니다.

검찰은 26일 출국금지 조치를 다시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출국금지 조치를 깜빡한 이 4일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2009년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개봉 이후 국민적 관심이 모이자 검찰은 본격적으로 재수사에 나서 2011년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국을 떠나 미국에 있던 패터슨을 데려오기가 어려웠습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한국 정부는 미국에 패터슨을 인도해달라고 요청했고 몇 차례 밀고 당기기 끝에 패터슨은 결국 오늘(23일) 붙잡힌 상태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한국에서 도망친 지 16년 만입니다.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내가 이날 오기를 기다리며 살아온 것 같아요. 처음에는 '내가 많이 살아야 2∼3년 살겠지 어떻게 사나' 했는데 이걸 버텨온 걸 보면 사건이 안 끝나서 그런 것 같네요.]

조 씨의 어머니는 한국에 돌아온 패터슨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합니다.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당시 시비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묻고 싶어요.]

전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고인, 아더 패터슨.

결정적 실수가 만든 4일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16년이 걸렸습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격언도 있지만 그래도 실현되지 않은 정의보다는 낫습니다.

이 사건의 진실이 명백히 밝혀져 피해자와 가족들의 원통함이 조금이나마 풀어지길 바랍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정순천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