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은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이웃국가에 대한 도발을 강화한다면 결국 무너져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라타니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학술정보원에서 '동아시아의 보편평화 구상'을 주제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기념 특별 국제학술회의에서 "아베 정권은 이웃국가를 도발하면서 (자국민에게 이웃국가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를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쟁이 임박했다는 인상을 주려고 이웃국가와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가져오고 정권에 굴복한 언론을 통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라타니는 "이런 전술이 겉보기에는 성공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아베가 이른바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일본 헌법 제9조를 바꾸는 활동을 감히 시작하지 못하는 게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평화헌법은 일본의 군사력 보유 금지와 국가 교전권 불인정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가라타니는 "일본 정부는 평화헌법을 확대 해석해 자위대를 보유하고 세계 최대 수준의 방위비 예산을 쓰고 있지만, 사실 이 헌법이 유지되는 한 어떤 방식으로도 일본의 군사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국민이 원한다면 헌법을 수정할 수도 있으나 이 이슈를 꺼내는 것은 선거를 망치는 길이라고 생각해 보수정당조차 공약으로 내걸지 못한다"며 "이는 일본 국민이 자발적으로 평화헌법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만약 아베가 전쟁을 유발한다면 일시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평화헌법을 시행하라는 압박을 받을 것"이라면서 "이런 움직임은 나아가 아베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라타니는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의 주도권을 가져갈 나라로 중국과 인도를 꼽았다.
"미국은 쇠퇴하고 있다"고 분석한 가라타니는 "중국 혹은 인도가 다음 헤게모니를 쟁취할 것이며 새로운 제국주의의 시대, 그리고 평화 사상이 다시 주목받는 시대로 들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지금까지 중동이나 아시아에서의 전쟁은 지엽적인 수준이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오스트리아와 세르비아의 국지전에서 시작했듯, 중동·아시아 내 전쟁이 세계대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동아시아평화센터·문화의 안과 밖 자문위원회 주최로 16일부터 나흘간 열렸다.
학술회의에는 가라타니, 존 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등 동서양의 대표적 석학 10여명이 발표자로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