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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하루 두 번 밥까지 해 날랐는데 돌아온 건 아들의 죽음

입력 : 2015.09.21 09:24|수정 : 2015.09.21 10:52

* 대담 : 류란 S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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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틱 장애를 고쳐준다며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제자를 때려 숨지게 한 태권도 관장이 4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 보셨을 텐데요. 1심에 이어서 항소심 재판부도 이 관장에 대해서 징역 4년 6개월 선고했네요. 이번 사건을 자세히 취재한 SBS 시민사회부 류란 기자와 함께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류란 기자 어서 오십시오. 

▶ 류란 SBS 기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이 뉴스 보고 안타까워한 분 많았습니다. 참 기가 막히다 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어떤 사건인지 간략하게 정리하고 가도록 하죠.

▶ 류란 SBS 기자: 

지난 해 10월에 발생한 사건이고요. 숨진 피해자는 정신지체 3급 장애인 남성 25살 고씨입니다. 홀어머니의 외아들이었던 고씨는 일반 고등학교를 졸업 했을 만큼 비장애인과 지내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또 어렸을 때부터 여러 운동을 즐기고 잘했던 몸무게가 78kg이나 나가는 건장한 청년이었습니다. 고씨는 정신지체 장애와는 별개로 초등학교 때부터 틱 장애를 앓고 있었는데요. 틱 장애라고 하면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규칙적으로 몸을 빠르게 움직이거나 찡그리는 표정을 짓게 되는 병이죠. 고씨도 이 틱 장애 때문에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해 왔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 담배를 피면서 약의 효과가 크게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지난 해 여름 쯤 어머니가 고민을 하시다가 대학병원 입원을 준비 중이었는데요. 이때 어렸을 적부터 다녔던 동네 태권도장의 관장 김모씨가 이런 사실을 듣더니 입원 치료 대신 집에서 가까운 도장 체육관에서 합숙 훈련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어머니도 이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대목에서 많은 분들이 왜 틱 장애 치료하는데 왜 도장 합숙 훈련이 필요하냐, 의아해 하셨잖아요.

▶ 류란 SBS 기자: 

어머니 설명은 그렇더라고요. 틱 장애 자체의 치료도 치료지만 담배를 끊는 것이 조금 더 시급한. 왜냐하면 치료약이 너무 안 드니까 그런 의미에서 생활적인 지도가 함께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김 관장이 장애인 태권도 지도자 자격증 소지자이기도 했고 또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람이다 보니 그런 관장의 말을 신뢰해서 합숙훈련을 결정했다고 하더라고요. 이 관장은 합숙훈련이 시작된 이후 고씨가 너무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면회도 금지했는데요. 이것도 훈련의 일환이라는 설명에 어머니는 이 부분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합숙을 시작한지 두 달이 지난 지난해 10월 28일 아침 어머니는 경찰로부터 아들이 사망했다는 날벼락 같은 연락을 받게 됩니다. 시신으로 돌아온 아들의 몸 곳곳엔 폭행의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부검 결과 갈빗대 7대가 부러지고 머리엔 피가 고여 있었고요. 몸 곳곳엔 피부가 괴사하고 욕창도 있었습니다. 사망 당시 고씨 몸무게는 56kg. 

▷ 한수진/사회자: 

아이고

▶ 류란 SBS 기자: 

합숙을 시작한 두 달 전보다 20kg 넘게 줄었는데요. 특히 늑골 부위의 골절이 심했는데 뼈가 부러졌다가 시간이 지나서 저절로 붙은 흔적까지 확인됐다고 합니다. 폭행이 하루 이틀 사이 단발성으로 이뤄진 게 아니고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누가 얼마나 때린 걸까요?

▶ 류란 SBS 기자: 

폭행 가해자는 바로 태권도 관장 김씨였습니다. 제가 들고 있는 게 관장 김씨에 대한 1심과 2심의 판결문인데요. 일부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행위 교정, 틱 장애 개선을 위한 체벌 명목으로 장기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틱 장애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조절할 수 있는 그런 병이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부분인데 재판부는 김 관장이 이걸 체벌을 통해서 그때 그때 교정하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판결문을 계속 인용하면 ‘피고인 김 씨는 각목과 나무봉 등으로 피해자의 온 몸을 지속적으로 때렸고 피해자는 다발성 손상 및 그에 합병된 감염증으로 사망하였다. 피해자는 얼굴과 온 몸에 멍이 들고 열이 나고 음식물을 제대로 먹지 못하였으며 절뚝거리며 걷는 등 정상적인 보행이 불가능하였고 밤낮으로 계속 오줌을 싸고 몸이 급격히 야위어가고 움직일 수 없어 계속 누워있는 바람에 욕창이 생겼다’ 관장 본인도 재판에서 말씀드린 이런 폭행 사실을 모두 인정했고요. 이게 다 고씨에 대한 훈육의 일환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관장도 그렇고 재판부도 그렇고 결국 관장 폭행이 고씨의 사망과 직접적인 사망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본 거네요. ▶ 류란 SBS 기자: 

그런데 사건을 더 안타깝게 하는 또 다른 가해자들이 있습니다. 태권도장에서 근무했던 사범들인데요. 고씨가 숨지기 5일 전에 관장 김씨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외국에 출국할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웠습니다. 이 기간 동안 도장 사범인 김 모 씨 등 3명이 체육관 본관에서 돌아가면서 숙식을 하면서 고씨의 상태를 외국에 있는 김씨에게 보고했는데요. 이 사범들이 직접 고씨를 폭행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선 관장의 구타로 당시 고씨의 몸 상태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죠. 사범 가운데 한 명인 류모씨는 김 관장에게 고씨의 상태에 대해 보고하면서 ‘죽을 먹이고 약을 먹였는데 상태가 메롱입니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판결문에는 이 ‘메롱’이라는 의미에 대해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심각하고 안 좋다는 뜻이었다. 피해자의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는 진술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까요.

▶ 류란 SBS 기자: 

그렇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사범들은 여러 차례에 거쳐 김관장에게 고씨가 곧 죽을 거 같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그러면서도 정작 죽어가는 고씨에게 해열제만 줄뿐 누구 하나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씨가 숨지기 바로 전날 밤에는 너무 고통스럽다 보니 신음 소리가 꽤 컸다고 합니다. 이게 여자친구와 대화하는데 시끄럽다면서 사범 한 명이 열려있던 사무실 문을 닫았고 이후에는 고씨가 홀로 숨지게 되는 그런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말씀 들어보면 사범들도 고씨 상태가 위험하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막을 수 있었다, 이런 뜻이 될 것 같고요. 그래서 현재 관장과 이를 방치한 사범 3명의 재판이 각각 이뤄지고 있는 거겠죠?

▶ 류란 SBS 기자: 

그렇습니다. 김관장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재판부가 상해 치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관장은 관장대로 관장을 기소한 검찰은 검찰대로 형이 과하다, 적다, 하면서 항소했는데요. 지난 주 금요일 서울고등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유기 치사혐의로 기소된 사범 3명에 대해 1심에서 폭행 장면을 목격했던 김모씨는 징역 1년 8개월 나머지 사범 2명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이 3명의 사범에 대해 보호하고 있던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유기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이 통상적인 보호 조치를 하였다는 취지로 변명하는 등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걸 엄중한 처벌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류기자의 보도에 달린 인터넷 댓글만 보더라도 형량이 너무 적게 선고된 거 아니냐는 그런 여론들이 대부분이던데요?

▶ 류란 SBS 기자: 

그렇더라고요.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에서도 김관장의 폭행이 결과적으로 고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상해 치사죄가 성립하려면 상해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인과 관계와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상당부분 확인된다는 거죠. 또 장기간 구타를 당하다가 비참하게 사망한 피해자의 고통을 헤아리기 어렵고 하나뿐인 혈육을 잃은 피해자의 어머니 또한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충격과 고통을 입었다, 이런 면에서 죄질이 나쁘다, 이런 부분도 나오는데요. 재판부는 한편으로는 피고인이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제자에 대한 애정으로 합숙을 통해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우려 한 애초 동기가 인정되고 있다, 이런 점을 참작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관장은 고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사망한 날로부터 5일 전에 외국에 출국해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이에 대해서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이 출국한 이후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장의 부재시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 그래서 관리 책임을 일정 부분 감해줬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설명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청취자분들이 동의할지 모르겠네요. 일반 법감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고요. 그리고 뉴스를 보고 어머니 걱정하는 시청자도 많았거든요. 잘 계시는지요?

▶ 류란 SBS 기자: 

이번 일로 홀로 외아들을 키워낸 고씨 어머니는 유일한 가족을 잃게 됐는데요. 제가 취재 파일에도 썼지만 특히나 안타까웠던 게 고씨의 어머니가 두 달 동안 아들과 아들을 돌보고 있을 관장과 사범들을 위해 하루 두 번씩 직접 밥과 반찬을 만들어 날랐다고 합니다. 아들이 숨진 날에도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새벽 같이 가서 도장 문 앞에.. 

▷ 한수진/사회자: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밥을 먹고 그 아들을 그렇게 때렸다는 거예요?

▶ 류란 SBS 기자: 

그렇죠. 어머니는 지금 아들이 떠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아들과 함께 살았던 아파트에 여전히 살고 계신데요. 무엇보다 피고인들이 엄벌을 받기 원하고 계십니다. 재판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가해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는 걸 봐야 한다면서 어렵사리 기도로 버티고 계셨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저희도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SBS 시민사회부 류란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