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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는 치매 환자들…치매 실종환자 해마다 8천 명 넘어

입력 : 2015.09.20 11:15


올해 3월 3일 오후 5시 경북 청송경찰서에 가출인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청송노인복지센터 직원이 "홀로 사는 A(83·여)씨가 평소 센터에 놀러 오곤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고 신고한 것입니다.

경찰이 알아보니 A씨는 2월 28일 오후 1시 동네 경로당에서 식사하고 오후 4시 청송교도소 정문 인근에서 냉이를 캔 것까지 확인됐으나, 이후 행적이 묘연했습니다.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펼쳤습니다.

3월 15일까지 연인원 기준으로 경찰관 1천396명, 소방·지방자치단체·협력단체 1천187명 등 총 2천583명의 인력과 경찰견에 헬리콥터까지 투입돼 일대를 샅샅이 찾았습니다.

수색이 장기화하자 3월 16일부터는 교통경찰과 5분 타격대도 실종자 찾기에 동원됐습니다.

결국, 21일 오후 3시 30분 A씨는 하천변 갈대밭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사인은 저체온증이었습니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보니 2월 28일 A씨가 냉이를 캐고서 집과 정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치매로 자신이 사는 집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도 모르고 정처 없이 헤매다 변을 당한 것입니다.

올해 2월 20일 오후 3시 50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검문소에서 경찰이 병원복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는 B(65·여)씨를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B씨의 언행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치매환자일 수도 있다고 보고 파출소로 데려갔습니다.

경찰은 그의 지문을 찍어 치매환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B씨의 지문과 인적사항, 보호자 주소 등이 올해 1월 8일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그를 발견해 신원을 확인하기까지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B씨의 가족에게 확인한 결과 이날 오전 부산의 한 요양원에 있던 B씨가 가족과 함께 바람을 쐬러 외출했다가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치매환자인 B씨가 서울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았지만, B씨는 실종된 지 수시간여 만에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치매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012년 공개된 치매 유병률 조사 결과를 보면 2008년∼2012년 노인인구는 17.4% 늘어난 반면 치매 노인은 26.8%나 급증했습니다.

2012년 기준 전체 노인인구의 9.18%가 치매에 걸렸습니다.

2012년 54만755명이었던 추정 치매환자는 2013년 57만6천176명에 이어 작년 59만6천352명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A씨나 B씨처럼 실종되는 치매환자 역시 2012년 7천650명, 2013년 7천983명, 지난해 8천207명으로 증가 추세입니다.

올해는 8월 현재 벌써 6천33명으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치매환자 1천명 중 14명꼴로 갑작스럽게 사라져 가족의 애간장을 태운 셈입니다.

실종된 치매환자는 대부분 발견됩니다.

해마다 8천명 가량이 사라지지만 올해 8월까지 발견되지 않은 장기 실종 치매환자는 172명에 그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통계의 함정'이 있습니다.

숨진 채 발견된 경우에도 발견된 것으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치매환자는 인지 능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고령으로 건강도 좋지 않아 실종 후 생존기간이 길 수 없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고령의 치매환자가 길을 잃고 사나흘 길거리에서 지내면 밤 추위를 이기지 못해 저체온증으로 숨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치매환자 실종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소방, 지자체, 민간단체 등과 협력해 대규모 수색에 나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치매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마련돼 B씨와 같이 실종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부는 치매환자의 실종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치매환자를 위한 배회감지기와 인식표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배회감지기는 위성항법장치(GPS)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장착된 목걸이 형태의 전자기기입니다.

치매 노인이 배회감지기를 소지하고 있으면 보호자가 언제든지 휴대전화로 치매 노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지정된 구역을 이탈하면 보호자의 휴대전화로 알림 문자를 보냅니다.

인식표는 치매 노인의 주소나 보호자 연락처 등과 연계된 고유코드가 적힌 의류 부착물입니다.

이 고유코드를 읽으면 치매노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식표는 의복에 대고 다리미를 이용해 열을 가하면 반영구적으로 부착됩니다.

세탁해도 인식표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경찰은 치매환자를 조기에 찾기 위해 지문사전등록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치매 노인을 발견했을 때 신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사전에 치매환자의 지문과 얼굴 사진, 신체적 특이사항, 보호자 연락처 등을 미리 등록해두는 제도입니다.

치매환자도 주민등록상 지문 정보가 있지만 경찰이 지문 정보를 쓸 수 있는 것은 수사 목적이 있을 때로 제한돼 있기에, 경찰은 별도로 치매환자 지문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B씨의 신원을 신속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지문 등 정보가 치매환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돼 있었던 덕분입니다.

B씨의 지문 정보가 등록돼 있지 않았다면 부산에서 B씨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 작전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전에 지문 등의 정보를 등록한 치매환자는 전체 환자의 3%에 불과합니다.

아직은 치매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남에게 알리길 꺼리기 때문입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본인이 치매에 걸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하기에 지문등록을 권유해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에서 치매 어르신들에게 이것이 꼭 필요한 제도임을 설득해 지문을 등록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