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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생각나서 안아드렸어요'…60대 男 구한 차 순경

이은재 PD

입력 : 2015.09.20 13:37|수정 : 2015.09.20 13:38




아침 7시 50분 쯤 저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60대 노란색 상의를 입은 남성” 그 때 신고전화가 들어왔어요. 누군가 자살하려고 한다는 거였어요. 신고된 곳에 갔더니 아무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찾다가 외곽의 부둣가로 가봤어요. 한 남성 분이 위험하게 앉아 계셨어요.

신발도 옆에 가지런히 벗어 놓으셨어요. 식사를 못하신 건지 엄청 야위셨고요. 그 모습을 보니 순간 우리 아빠가 생각이 났어요. 아빠도 시골에서 농사짓고 계신데, 잘 못 걸으시거든요. “왜 이렇게 못난 생각하세요. 일어나세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가가 껴안아 드렸어요. 놀라서 뛰어내리실 수도 있잖아요. “내가 살아서 뭐하겠노… 죽을끼다.” 이 아저씨는 3개월 전 현충일에 아들을 하늘 나라로 보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들을 먼저 보내고 허탈함에 자살을 결심하신 거예요. 

“남아있는 가족들은 가족도 아닌가요! 이렇게 가시면 먼저 간 아들이 좋아하겠냐고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화가 나서 많이 다그쳤어요. 그러면서도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더라고요. 방법이 없어서 그냥 계속 안아드렸어요. 아저씨를 겨우 진정시키고 가족에게 연락 드렸어요. 딸처럼 생각하고 적적할 때 찾아오시라고 했는데… 잘 지내시는지, 한번 연락 드리고 싶어요.

이 이야기는 부산경찰 SNS에 올라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습니다. 남성을 구한 경찰은 부산 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소속 차민설 순경(27). 차 순경은 스브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생각이 많이 나서 아빠 같은 분 구했다는 생각에 뿌듯했거든요. 정말 당연한 일을 한 건데, 이렇게 칭찬받으니까 굉장히 부끄러워요."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평소 SNS에서 경찰에 대한 안 좋은 글을 많이 봤거든요. 하지만 다 그렇지 않아요. 저희가 먼저 다가가고 노력할 테니까 여러분도 경찰을 믿어 주셨으면 해요." 소중한 목숨을 구한 차 순경의 따뜻한 마음.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될만한 따뜻한 소식이었습니다.

<이 뉴스는 차민설 순경(27)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1인칭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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