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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양하고 자본이탈 막아라"…각국들 위기 차단 '비상'

입력 : 2015.09.10 05:58

위안화 절하 한달…각국들 다양한 대책 마련에 부심


중국의 위안화 절하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는 더 커졌고, 중국 증시의 폭락 사태가 빈번해지면서 신흥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의 주식시장까지 휘청거렸다.

중국까지 환율전쟁에 참전하면서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아시아의 환율전쟁 국면은 한층 가열됐고, 동시에 신흥국은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유출을 막고자 안간힘을 써야 했다.

지난 8일에는 중국의 8월 수입이 작년 동기대비 13.8%나 감소한 것으로 나오면서 중국발 수요 둔화 걱정이 더 커졌으나 중국 재정부가 신속하게 재정지출 확대 전망을 밝히면서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았다.

9일에는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가 7.71% 오르면서 7년 만에 가장 큰 상승률을 보임에 따라 과도했던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한층 잦아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다음 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결정을 앞두고 있고, 중국 경제가 얼마나 둔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 수위 높아진 환율전쟁…아시아 국가에서 두드러져

중국의 위안화 절하를 계기로 글로벌 환율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고육지책으로 위안화 절하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되면서 당장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밀접한 교역관계를 맺고 있는 아시아 국가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신흥국 환율이 불안한 때에 중국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급격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서야 했다.

먼저 베트남은 지난달 19일까지 세 차례나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외환시장 안정과 베트남 상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은 전격적으로 변동환율제를 도입했으며 이 때문에 텡게화의 가치는 무려 34%나 폭락했다.

자국 통화에 대한 절하 압박이 커지면서 관리변동환율제를 운용하며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기존 환율정책 유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환율을 달러에 고정하는 달러 페그제를 채택한 사우디아라비아와 홍콩 등이 카자흐스탄의 다음 타자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화가치가 올해 15%나 급락한 인도네시아는 경기 부양을 위해 신생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는 부양책을 밝히기도 했다.

이미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한국은 최근 소비활성화 대책을 발표해 경기 회복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한국의 수출이 6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오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SBC의 프레드릭 뉴먼 아시아 리서치 담당 공동 책임자는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은 추가 완화가 타당함을 의미한다"면서 "물가 압력이 여전히 낮아 한은은 거의 3년 동안 물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중국 추가부양 기대 높아져…시장 안정될까

위안화 절하에 나서면서 환율전쟁에 기름을 부은 중국은 지난달 말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지준율)까지 인하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금리 인하만 다섯 차례지만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뤘고, 더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중국의 8월 수입이 더 악화한 것으로 나왔으나 곧바로 중국 재정부가 재정 지출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대규모 부양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안정세로 돌아섰다.

발표문에는 구체적인 부양 규모나 세부적인 정책 등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주요 건설 프로젝트 가속화, 세금 개혁, 지방채 관리 표준화, 민관합동사업 확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뉴질랜드(ANZ) 은행은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 7%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고, 일관되게 재정 지원과 더 빠른 정책 실행을 통해 더 많은 것을 할 역량과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증시의 급등락 장세를 막고자 서킷브레이커 도입을 검토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중국은 또 지난 8월 외화보유액이 전달보다 939억달러(113조원)나 줄었다고 밝히면서 달러화를 풀어 위안화 가치 하락 방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됐다.

한 달 동안 외화보유액이 기록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중국 정부의 환율 방어 능력에 의구심이 생기면서 위안화 추가 절하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IBK 투자증권의 박옥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소비 부양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고, 미국의 긴축으로 자금 유출이 불가피한 가운데 굳이 위안화의 추가 약세를 방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유럽·일본은 추가 완화 가능성 열어둬…문제는 미국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유로존과 일본 등 선진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유로화와 엔화는 자국의 양적 완화 덕분에 가치가 하락해 환율전쟁의 수혜자였으나 위안화 절하가 촉발한 안전자산 선호로 최근 가치가 절상됐다.

이 때문에 통화 절상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훼손과 중국의 급격한 둔화를 우려해 추가로 돈 풀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4일 통화정책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양적 완화의 유연성을 강조하며 필요하면 추가 부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인베스코 픽스트인컴의 레이 우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중국의 경기 둔화로 "ECB는 현재 유로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가능성만 커졌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추가 부양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아베 총리는 9일 도쿄에서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콘퍼런스에 보낸 연설문에서 내년에 법인세를 35%로 적어도 3.3% 줄일 것이라고 말하고 다음 달 개각에도 아베노믹스를 주도해온 자신의 경제팀을 그대로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다음 주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을 연기할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두고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세계은행까지 금리 인상을 늦추라고 밝힘에 따라 미국이 신흥국과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던질 금리 인상을 전격적으로 단행할지가 문제인 것이다.

KDB증권의 허재완 연구원은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 시작을 재앙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서둘러 인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9월이든 12월이든 연준의 첫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본질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보다 더 큰 위협요인은 "유가 하락과 함께 악화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신용위험, 그리고 중국과 일본 등 여타 중앙은행들의 정책 여력 소진에 따른 추가적인 환율전쟁 가능성"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