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베른 협약'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지금으로부터 129년 전 오늘, 1886년 9월 9일 스위스 베른에서 체결된 협약입니다.
핵심은 저작권입니다.
베른협약을 통해 처음으로 저작권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인정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베른 협약에는 미국, 일본, 중국 등 168개국이 가입돼 있고, 우리나라는 1996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사람의 창작물뿐 아니라 베른협약의 가입국인 나머지 167개국 사람들의 창작물을 베낄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베른협약에 가입 20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우리의 '표절'에 대한 경계심은 느슨한 것 같습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배우 윤은혜 씨의 디자인 표절 논란.
지난달 29일 방송된 중국 동방위성 TV '여신의 패션' 시즌2에서 윤 씨는 백색의 의상을 디자인했다며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후 디자이너 윤춘호 씨가 윤은혜 씨가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표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3월, 자신이 F/W 서울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디자인과 흡사하다는 겁니다.
윤은혜 씨 측은 표절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윤은혜 씨가 만들었다는 옷과 윤춘호 디자이너의 옷이 비교되고 있습니다.
[박민규/소설가 : 명백한 도용이고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지난달 소설가 박민규 씨는 자신의 출세작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낮잠’이 인터넷 게시물과 일본 만화를 일부 도용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소설가 신경숙 씨의 표절 파문이 불과 두 달 전 일입니다.
게다가 최근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는 '창비'의 편집인 백낙청 교수가 "(신경숙의 글을) 의도적 베껴 쓰기로 단정할 수 없다"며 신경숙 씨를 옹호하는 듯한 글을 올려 또 논란이 됐습니다.
우리나라 최고라는 작가들, 그리고 문단 전체의 표절과 저작권에 대한 성숙하지 못한 인식이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129년 전 오늘,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저작권을 인정하기로 한 베른협약이 체결됐습니다.
유명하다고, 문화권력이 있다고 도둑질이 보호받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창조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자리 잡기가 점점 어려워질지도 모릅니다.
기획/구성: 임찬종, 김민영 그래픽: 정순천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