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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살의 '젊은 아빠'…한 가족의 뭉클한 반전

이은재 PD

입력 : 2015.09.08 07:34|수정 : 2015.09.10 17:23








저는 올해 34살 직업군인, 홍희선입니다. 요즘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졌습니다. 불안정한 나라 안보 때문에? 아닙니다. 바로 큰딸 예린이 때문입니다. 큰딸 예린이가 중3이 되면서 사춘기인지 예전과 다르게 저를 서먹하게 대합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자신을 가사도우미 취급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가사 일을 모두가 나눠서 해야 한다는 생각에 딸에게 일을 시키기는 합니다. 이 때문에 딸은 제가 자기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하지만 세상 그 누구보다 큰 딸 예린이를 먼저 생각해온 저는 억울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다투는 단 하나의 이유도 예린이 때문입니다. 아내는 빠듯한 살림에 필요한 걸 어떻게 다 해주겠냐고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딸이 원하는 건 해주고야 맙니다. 아내와 말싸움까지 하며 예린이 방에 커튼을 달아놨건만 예린이는 밤 늦도록 들어오질 않습니다. 예린이를 데리러 가는 문제로 아내와 또 한번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예린이는 친구들과 노래방에 있었습니다. 아내와 싸우면서까지 데리러 갔건만 예린이는 저를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예린이가 이럴 때마다 ‘혹시 내가 새 아빠여서 그런가’ 라는,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예린이는 재혼 하면서 만난 딸입니다. 즉, 예린이에게 저는 새 아빠입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예린이를 제 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34살 아빠와 16살 딸. 딱 봐도 나이차가 적어 보여 보는 사람마다 질문을 하지만 그때마다 저는 ‘쉿’이라고만 대답을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일찍 낳은 아이입니다. 이런 의미에요. ‘쉿’이라는 의미가…굳이 캐물어서 딸 상처주지 말아라.”

누군가 저를 오해하더라도 꼭 지키고 싶은 딸. 딸에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습니다. 

"누가 뭐래도, 세상이 다 널 배신해도 저만큼은 예린이 편이라는 거…제가 지켜준다는 거."

저의 진심을 알았던 걸까. 예린이도 저에 대한 오해를 조금은 풀었습니다. 딸과의 서먹한 관계에 대해 저는 잠깐 작은 언덕을 만났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언덕을 지나면 곧 예쁜 평지 위 포장길이 나온단 걸 믿고 있습니다.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있는 ‘가족’이니까요.
 
<본 뉴스는 5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 20회의 홍희선씨 입장에서 재구성한 1인칭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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