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국 전승절 기간 중에 남북한 지도자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30여 외국 정상 가운데 두 번째 대우를 받은 반면 중국의 혈맹이라는 북한은 도무지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최고 지도자 김정은은 아예 불참했고 대신 참석한 최용해 노동당 비서는 속된 말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층이 북한의 김정은 체제와 냉랭한 관계를 보인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럼 일반 중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중국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알기 위해 저는 2~3일 동안 중국 인터넷 기사에 나온 댓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댓글들이 전체 중국인의 인식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중국인들이 남북한 지도자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90%쯤 됩니다. 부정적 평가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최근 들어 호감지수가 급상승했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 네티즌의 주요 댓글을 그대로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박근혜 덕분에 한국인에 대한 호감이 더 강해졌다.
-지혜와 용기의 화신이다.
-담력과 기백이 넘친다.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열병식에 참석했다.
-박근혜는 가장 어려운 시절에 중국문화와 중국철학의 힘으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녀가 중국을 좋아하는 것은 진심이다. 외부의 압력을 견뎌내고 아주 중요한 시기에 중국 열병식을 참관한 것도 중국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다.
-박근혜 같은 지도자가 이웃 나라에 있어 무척 좋다. 양국의 우호 증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
제가 중국 사람들과 얘기해보면 그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관심과 호감을 갖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국과 일본에 없는 동북아시아 최초의 여성 지도자라는데 있습니다. 두 번째는 ‘중국통’이라는 점입니다. 박 대통령은 펑여우란의 ‘중국철학사’를 통독했고 중급 수준의 중국어 실력도 갖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시진핑 주석과의 오랜 친분으로 인한 중국 언론의 우호적 태도입니다. 이런 이유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역시 이번 전승절 행사 참석입니다. 중국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열병식을 톈안먼 망루에서 직접 지켜봤으니 중국인들이 박 대통령을 ‘친중파’로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럼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김정은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것이 30%에 불과하고 부정적인 것이 대략 70%나 됩니다. 중국 네티즌의 댓글을 그대로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김정은의 외교력은 0이다. 친구는 없고 오직 적만 있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그는 능력은 세계 제일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이다. 논할 가치가 없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지독한 사람이다. 북한 사람만 불쌍하다.
-김정은은 지도자의 풍모를 갖고 있다. 남다른 개성이 있다.
-1980년대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가장 대단한 인물이다.
남북한 지도자에 대한 중국 네티즌의 반응을 보고 있노라면 격세지감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은 20세기 중후반 중국을 이끌었던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형님, 아우’하던 사이였습니다. 그 아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아버지만큼은 되지 못했지만 나름 중국 수뇌부와 유대 관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자 김정은은 중국 지도부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고 중국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달라진 것은 이념보다 실리 때문입니다. 과거 냉전 시대에는 북한과 중국 지도부 사이에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하는 ‘붉은 전사’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인과 중국 외교는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 룰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받은 만큼 해준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4월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보아오 포럼 연설을 통해 <논어>에서 공자가 말한 '이덕보덕'을 언급했습니다.
'이덕보덕'(以德保德)은 은혜를 받으면 은혜로 갚는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에서 현재 세계사의 흐름과 동떨어진 낙후된 북한의 김정은 세습체제는 중국으로서는 받을 것 보다 줄 것이 많습니다. 즉 이용가치 면에서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례적인 환대와 찬양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중국인의 호감을 산 데는 박 대통령의 ‘퍼스낼리티’가 물론 영향을 끼쳤지만 이보다는 경제-외교적 차원에서 중국이 얻을 게 많다는 실리적 계산이 더 크게 작용한 것입니다. 즉 박 대통령이 어느 순간 ‘친중파’가 아니고 중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중국 지도부와 네티즌의 태도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확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북한 변수를 고려하면 ‘한미동맹’은 우리의 운명입니다. 그렇다고 14억 인구의 이웃 중국을 멀리할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외교와 박근혜 대통령의 절묘한 균형 감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