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뇌물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오토 페레스 몰리나(64) 전 과테말라 대통령이 22년 전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으로부터 뇌물을 제안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페레스 몰리나는 과테말라 법원에서 4일(현지시각) 속개된 심리에서 호아킨이 1993년 자신이 이끄는 군 작전팀에 검거된 뒤 석방을 조건으로 뇌물 거래를 제안했지만 거부했던 과거 일을 털어놨다고 로이터통신과 현지 언론 등이 보도했습니다.
페레스 몰리나는 "구스만은 체포된 후 협상을 하려고 했다"며 "당시 구스만이 뇌물로 제시한 금액은 아마도 이번 사건의 뇌물로 알려진 금액의 10∼15배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페레스 몰리나는 "하지만 (뇌물은) 나 자신의 원칙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이번 사건에서도 자신은 뇌물 수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당시 구스만은 과테말라에서 체포돼 멕시코로 압송된 뒤 중부 과달라하라의 연방교도소에 갇혔다가 2001년 탈옥했습니다.
이후 13년간의 도주 행각 끝에 지난해 2월 멕시코 해병대에 검거돼 멕시코시티 외곽의 연방교도소에 갇혔으나 지난 7월 다시 탈옥했습니다.
과테말라 검찰은 수입업체에 세금을 덜어주는 대가로 37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록사나 발데티 전 부통령을 포함한 전·현직 국세청장이 구속된 가운데 페레스 몰리나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뇌물이 건네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페레스 몰리나는 1일 의회로부터 면책특권을 박탈당한 뒤 2일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사임서를 제출하고 3일 법원에 자진 출두해 첫날 심리에 임한 뒤 구치소에 구금됐다가 이틀째 출석했습니다.
검찰은 이른바 고위 공직자와 기업체 임원 등으로 결성된 '더 라인'(The Line)이라는 비리 조직 간 통화 기록을 감청한 자료에서 거론된 '넘버 1', '넘버 2'가 대통령과 부통령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페레스 몰리나는 완강하게 연관성을 부인했습니다.
법원은 오는 8일 심리를 속개하기로 하고 페레스 몰리나의 구금을 다시 명령했습니다.
법원이 심리에서 페레스 몰리나를 기소할만한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구속 수사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과테말라는 6일 차기 대통령과 의원, 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총선을 실시합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