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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도굴 논란…정철 묘지명 중앙박물관 소장 '미스터리'

입력 : 2015.09.03 18:07


묘지에 고이 묻혀 있어야 할 조상의 '묘지명(墓誌銘·죽은 사람의 행적을 기록한 물품)'이 국립 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문중에서는 세상으로 언제 나왔는지조차 몰랐습니다.

박물관 특별전에 전시된 것을 관람하면서도 조상의 묘소에 잠들어 있던 그 묘지명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뒤늦게 경찰이 수사하면서 비로소 도굴된 사실을 알았지만 중앙박물관이 보관한지 15년이 지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다름아닌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1536∼1593)의 묘지명 얘기입니다.

송강의 묘소는 진천군 문백면 봉죽리에 있습니다.

원래는 경기 고양시 원당읍에 있었으나 조선 현종 6년(1665년)에 이곳으로 이장됐습니다.

봉죽리 묘소에 묻혀 있어야 할 송강 정철의 묘지명은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26.5 x 18㎝의 납작한 사각형 도자기 23개로 이뤄진 이 묘지명에는 '정철자묘지(鄭澈磁墓誌)'라는 명칭이 붙여졌고 '신수(新收)-015769-000'이라는 중앙박물관 소장번호도 매겨졌습니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이 묘지명의 도굴 여부와 중앙박물관까지 흘러들어가게 된 유통 경위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골동품 장물아비가 지난해 검거됐는데, 판매 목록에 이 묘지명이 포함된 것이 수사의 시작이었습니다.

경찰은 묘지명이 송강의 묘소 밖으로 나온 시기가 적어도 15년 이상 된, 오래전의 일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앙박물관이 이 묘지명을 소장하기 시작한 시기가 2000년쯤이기 때문입니다.

송강의 후손인 영일 정씨 문청공파 문중도 묘지명 도난 사실을 작년까지 까마득하게 몰랐다고 합니다.

지난해 골동품 장물아비가 검거되기 전까지 송강의 문중은 이 묘지명이 묘소에 고이 '모셔져' 있을 것으로 철석같이 믿었다고 합니다.

송강의 묘지가 도굴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2008년 이 묘지명이 국립 청주박물관에 전시된 것을 보고도, 송강의 묘소에서 출토된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청주박물관이 그해 충북 진천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열었는데, 이때 송강 정철의 묘지명도 전시됐던 것입니다.

문중 관계자들은 당시 이 특별전에 참석, 묘지명을 봤지만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가볍게 여겼다고 합니다.

지난해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한 대전지방경찰청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면서 비로소 7년 전 청주박물관에 전시됐던 묘지명이 진천 송강의 묘소에 묻혔던 것임을 뒤늦게 알았다는 게 문중의 얘기입니다.

경찰은 누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도굴했는지는 물론 암거래를 통해 유통됐을 이 묘지명이 어떻게 중앙박물관까지 흘러들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수사 결과 묘지명이 도굴된 게 드러난다면 중앙박물관 소유인 이 묘지명의 소유권은 문중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