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노무현 대통령 선거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찾고 대법관 입장에서 평가하라.”
지난 6월, 부산대학교 철학과 최 모 교수가 ‘과학 철학’ 수업에서 낸 과제입니다.
학생들은 격렬히 항의했지만 최 교수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올바른 것을 가르쳤다”며 “공개토론 자리에서 누가 옳은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 교수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해결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과제를 낸 셈입니다. 이 글에서 최 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반역범으로,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을 종북세력이라고 매도하고는 노 전 대통령 당선이 사기극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은 근거 없는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주입하는 그의 수업방식에 대해 크게 반발했지만 학교측 대처는 뜨뜻미지근했습니다. 3년 전 최 교수가 “종북좌익을 진보로 지칭하는 언론에 대해 비판하라”는 과제를 냈을 때에도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긴 했지만, 이후 최 교수는 다시 강단에 섰습니다.
올해 6월 또다시 이같은 과제를 내 논란이 불거지자 학교측은 징계위원회 개최마저 미뤘습니다. 결국 최 교수는 버젓이 올해 2학기 강의 3개를 개설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가 잠자코 있는 사이 학생들이 행동에 나섰습니다. 최 교수가 개설한 모든 과목이 정원 미달로 폐강된 것입니다. 최 교수도 예상하지 못했던 학생들의 심판이었습니다.
올해 더 이상 수업을 할 수 없게 된 최 교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는 명예훼손 등 혐의로 최 교수를 고소했습니다. 학생들의 심판을 받았던 최 교수에게 법의 심판은 어떻게 내려질까요?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