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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 험난한 노사정 대타협…'솔로몬의 지혜' 짜낼까

입력 : 2015.09.02 06:53

'임금피크제·비정규직 기한·파견 확대·성과형 임금체계' 등 격론 예고


노사정 대화가 재개됐지만 '대타협'이라는 지상 목표까지의 여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절박한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과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을 위해 연말까지 노사정 대타협과 노동개혁 입법을 이뤄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그곳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4개월여 만에 재개된 노사정 대화는 시작부터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파견업종 확대, 통상임금 범위, 근로시간 단축, 성과형 임금체계 도입 등도 노사정 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반해고 지침,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의 민감한 사안이 거론되면 그 갈등은 극대화할 수 있다.

서로 이해와 양보가 없이 대타협은 요원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갈등…노사정 대화 시작부터 진통

지난달 27일 재개된 노사정 대화는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바로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올해 4월 8일 노사정 대화 결렬을 선언한 후 정부는 임금피크제 확산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내년 정년 60세 연장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청년 고용절벽'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공공부문은 올해 안에 316개 전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며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 공공기관은 사실상 임금을 깎겠다는 '초강수'까지 내놓았다.

이에 지난달 무려 85개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한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복귀한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공공노조는 금속, 금융노조 등과 함께 한노총의 주축을 이루는 세력이다.

공공부문의 임금피크제 확산을 막지 못하면 공공노조의 반발이 거세져 한노총 지도부의 리더십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노총이 지난 달 31일 간사회의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판하며, 대화 중단 가능성까지 내비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노총은 정부의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이를 별도의 협의체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지난 달 27일 열린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도 이에 합의한 만큼 당장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확산을 추진하는 기획재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마음이 별로 없어 보인다.

청년 고용절벽의 핵심 대책인 임금피크제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은 커져만 갈 전망이다.

◇ "비정규직 사용기간 4년으로" vs "비정규직만 늘릴 것"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은 노사정 대화에서 당장 격론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큰 사안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35세 이상 기간제 및 파견 근로자가 원하면 현재 2년인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안을 내놓았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이 2년으로 너무 짧아 사측이 정규직 전환보다 계약을 종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차라리 4년까지 계약 연장을 허용해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노동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하지는 못할망정, 사용기간 연장이라는 일종의 '면죄부'를 줘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만 더 늘리도록 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안은 정부와 노사정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새누리당 초청 강연에서 "이것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안 된다. 아주 미봉책이고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정 대화가 재개되면 비정규직 사용기한 연장 등을 논의해 공감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노사정 의제에 다시 포함할 뜻을 밝혔다.

파견 근로자 확대도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 허용 대상에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엄격한 파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계의 반발은 거세다.

그렇지 않아도 파견 근로자가 비정규직 양산과 노동조건 악화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데, 이를 더 늘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얘기다.

이들 사안은 4월 노사정 대화 당시 '올해 8월말까지 대안을 마련한다'는 논의 정도로 그쳤다.

이에 따라 본격적으로 관련 논의가 전개되면 노사정 간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근로시간 단축·성과형 임금체계 도입'도 격론 예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눌 수 있도록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방안도 노사정에서 논의된다.

지금까지는 근로기준법에서 주 12시간까지 허용하는 연장근로에 휴일근로가 포함되지 않았다.

정상근로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까지 합치면 최대 근로시간은 주 68시간까지 늘어났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제한하면 원칙적으로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정상근로+연장근로)까지 줄여야 한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을 급격히 추진하면 임금 하락 등 부작용이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안이 4월 노사정 대화 때 제시됐다.

노사 합의로 주 8시간 내에서 '특별연장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노동계는 특별연장근로가 도입되면 근로시간 단축이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며 이에 반대한다.

휴일근로 가산임금을 얼마로 할지, 영세사업장까지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할지 등도 쟁점이다.

성과형 임금체계 도입도 노사정 대화 과정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킬 사안이다.

정부는 기업의 인력운용을 직무·능력·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를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현재의 호봉제 임금체계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신규 채용을 늘리자는 얘기다.

이는 노동계가 강경하게 반대하는 '일반해고 지침',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와 직결되는 문제다.

일반해고 지침이 만들어지면 저성과자나 근무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는 '일반해고'가 도입된다.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두 사안을 노동개혁 의제로 삼을 것을 주장했다.

정부와 노동계 간에는 두 사안을 중장기 과제로 논의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경영계는 당장 논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 통상임금 범위 산정 ▲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 최저임금 기준 결정 등도 하반기 노사정 대화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사안으로 꼽힌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노사정이 충분한 대화를 거쳐 다각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며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기보다, 양보를 통해 서로가 뭘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