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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병' 되는 중년 운동…'몸'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홍순준 기자

입력 : 2015.09.02 00:40|수정 : 2015.09.0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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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에 찾아온 '통증'…그러나 '운동'을 멈추지 않았더니

20대부터 거의 매일 축구를 하다시피 해 온 김유형씨에게 축구는 건강을 지켜주는 '보약' 같은 운동이었습니다. 그런데 4년전부터 무릎이 아파왔습니다. 그래도 건강에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매일 공을 찼습니다. 최근 통증이 너무 심해 병원을 찾았는데, 검진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오른쪽 무릎의 연골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연골은 한번 파열되면 재생되지 않습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돼 버린 겁니다.

배드민턴과 농구, 축구, 마라톤...운동이란 운동에는 다 자신이 있다던 김명화씨는 1년전부터 어깨 통증을 겪어왔습니다. 어깨에 좋다는 요가와 필라테스, 수영 등으로 통증을 극복해 보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병원에 와서야 어깨 근육과 힘줄이 파열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평생 운동을 하다시피 하며 건강을 자신했던 윗 두 사람은 모두 중년입니다. 젊었을 때와 똑같은 운동을 똑같은 강도로 계속해 왔습니다. 아픈데도 운동을 그만두기보다는 운동으로 극복해 보려 했습니다. 그러다 지금 상황을 맞게 된 겁니다.

● 운동하는 중년들의 위기 '노인성 질환'

건강하게 오래살고 싶어하는 세상...중년에 접어드는 40대가 되면 체형이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을 느끼게 됩니다. 건강과 운동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중년의 '운동 부작용'도 늘고 있습니다.

엉덩이 뼈 질환, 즉 고관절 질환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입니다. 그런데 최근엔 중년층 발병률이 19%를 넘어섰습니다. 중년 질환이 돼 버린겁니다. 한 관절 전문병원 조사 결과, 어깨 질환인 회전근개 파열은 4~50대가 전체 환자의 66%를 차지했습니다. 거의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부상이었습니다.

● '중년'의 체형 변화…자연스런 현상

올해 68세인 윤석길씨는 태어날 때부터 건강체질이었습니다. 몸을 쓰는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고도 하루 2킬로미터에서 10킬로미터까지 꾸준히 걷는 운동을 계속해 왔습니다. 음식도 많이 먹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심각한 병에 걸린 기억도 없습니다.

딱 보기에 윤씨는 마른 체형에 근육이 꽤 발달한, 소위 '몸짱 할아버지'처럼 보였습니다. 본인도 체력엔 꽤 자신이 있다고 했습니다. 차움 병원 재활의학과의 도움으로 윤씨의 몸을 살펴봤습니다. 키 165cm, 몸무게 66kg. 윤씨는 키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몸상태는 어땠을까...모든게 정상적인데 몸통에 지방이 많이 쌓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도 비만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반대로 몸통 근육량은 표준에 많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차움 병원 김덕영 교수의 진단입니다.

"복부비만이 있습니다. 팔다리 근육은 좋은데 몸통 근육량이 적습니다. 이렇게 되면 몸통 자세가 안좋아지게 됩니다. 보통 2~30대에 근육량이 최고조에 달하고 매 10년 주기로 근육이 10%에서 15%씩 줄게 됩니다. 골격근량이 주는 거죠. 이건 자연스런 노화 현상입니다"  

일반적으로 나이를 먹으면 팔과 다리는 가늘어지고 배는 볼록 나오는 형태, 이른바 '거미 체형'으로 변하는 게 자연스런 노화라는 겁니다. 이런 체형이 되면 몸 상태는 어떻게 변할까. 김덕영 교수의 설명입니다.

"자연적으로 대사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복부비만이 생기고 내장비만도 생기게 됩니다. 팔다리가 가늘어지게 되면 힘도 떨어지고, 그 다음엔 인대나 근육의 탄력성도 감소되다 보니까 관절의 유연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근육 탄력이 떨어지고 힘도 떨어지면 이런 근육들은 순간적인 자세변화나 힘을 주는 동작에서 파열되기 쉽습니다"   근육이 부족해지면 골격이 변하게 되고 자세도 달라지고 힘도 떨어지는 게 중년에게 자연스레 다가오는 신체의 변화라는 겁니다.

● 마음은 '청춘'…무리한 운동이 '병' 부른다

그런데 운동 부작용으로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된 중년들은 대부분 '젊을 적 생각'을 거둘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는 게 너무 어려운 거죠.

20대 때부터 기구 운동을 하며 지금은 '꽃중년 몸짱' 대접을 받는다는 육군원씨는 3년전 갑자기 목 통증을 느꼈습니다. 병원에서 목과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았는데도 운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수십년을 똑같은 강도로 똑같은 운동을 했는데 갑자기 이런 질환이 찾아온 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통증은 어깨와 무릎까지 확대됐습니다. 당시 상황을 육씨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려고 하는데 못 일어난 겁니다. 운동을 아예 못하게 됐어요. 자고 일어날 때 몸을 돌려서 땅을 짚고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1년 전 전문 트레이너를 만난 뒤 통증이 있던 부분의 근육을 늘려주는 식으로 운동 방법을 바꿨습니다. 무리하게 힘을 쓰는 운동보다는 목과 허리의 근육에 신경을 쓰고 밸런스를 맞추는데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목 디스크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았고 허리와 무릎은 호전됐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대로 된 운동이 '약'이 된 겁니다.

● 몸을 뒤로 활짝 펴주는 운동을 해야

몸짱 열풍이 불면서 주로 상체 근육을 키우는 데 주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운동은 노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습니다. 김덕영 교수의 조언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앞쪽 근육을 많이 키우려고 운동을 합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노화 방지에 훨씬 중요한 근육은 보이지 않는 뒤쪽의 신전근입니다. 몸을 펴주는 근육 쪽 운동을 굉장히 많이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즉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레 등이 굽고 몸이 앞으로 쪼그라드는데, 이런 상황에서 몸짱으로 보이겠다며 앞 근육을 키우는 건 오히려 좋지 않다는 겁니다. 몸을 뒤로 활짝 펴는 식으로 끊임없이 근육을 펴주는게 중요하다는 거죠.

문세혁 헬스 트레이너는 잘못된 운동으로 몸을 망치는 중년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고 말합니다.

"어깨가 이렇게 굽어있는 상태면 원래 제 위치로 돌리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 위치로 돌리는게 아니라 그 상태로 더 굽어지는 운동을 하면 어깨에 무리가 오는게 당연하고 목에도 무리가 오겠죠. 이렇게 운동하는 중년들이 많은데, 보면 좀 안타깝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데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중년 운동의 핵심은…"자신의 노화상태 인정하라"

중년 운동의 핵심은 자신의 체형과 체질에 맞는 운동을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겁니다. 가능하다면 전문 트레이너의 상담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어딘가 아프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작은 질환을 큰 병으로 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노화상태를 인정'하는 겁니다. 이창욱 유나이티드 정형외과 전문의의 말입니다.

"운동하는 분들은 운동한다는 이유만으로 평소에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에 대해서도 굉장히 자신감이 있어요. 그런데 정형외과 의사 입장에선 좀 다릅니다. 이런 중년들의 관절은 상당히 불안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운동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어요. 시간과 강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젊을 때처럼 하면 안됩니다. 제일 어려운 건 환자들은 그걸 인정하려 안한다는 겁니다. 아픈 게 무리한 운동 때문이란 것을요. 의사 입장에서도 이해시키기가 너무 어려워요"  

건강엔 운동이 최고의 보약,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궁합이란 게 있는 것처럼, 사람마다 자신에 맞는 운동이 있습니다. 독이 아닌 약이 되는 운동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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