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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놓고 '냉전'…美 '환경·개발' 두 마리 토끼 잡기

입력 : 2015.08.31 22:42


미국이 전 세계를 향해 '북극'이라는 화두를 적극적으로 띄우기 시작했다.

해빙되는 북극을 놓고 세계 각국이 '빙하 냉전'(ice-cold war)을 벌이는 와중에 미국이 새로운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이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주 앵커리지에서 막을 올린 '북극 외교장관 회의'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벤트다.

그동안 북극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던 미국이 북극을 주제로 대규모 고위급 다자회의를 개최한 것 자체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미국 정부를 대표해 국무부가 행사 전체를 주관하고 존 케리 국무장관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데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폐막식에 참석해 '화룡점정'을 찍을 예정이다.

특히 미국 현직 대통령이 알래스카를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북극 문제를 논의하는 최고의 다자 협의체로는 북극 이사회 각료회의가 있다.

연안국(미국, 러시아,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이 주도해 의사를 결정하는 전원합의체로서 의장국 임기인 2년마다 한차례 개최된다.

지난 5월부터 미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번에 북극 이사회의 틀을 버리고 독자로 회의를 주최하는 형식을 택했다.

이는 자국이 북극 논의에서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북극 문제에 팔을 걷어붙인데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뜻이 반영돼있음이 물론이다.

급속한 해빙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북극의 환경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한 '현실인식'과 이를 기반으로 국제적 기후변화 논의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으려는 '전략적 포석'이 깔려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통해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성공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캐나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모두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채택되는 공동성명을 '파리 총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져 국제적 컨센서스를 형성하는데서 중요한 압박 요인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2030년까지 미국 내 발전소의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기존의 30%에서 32%로 끌어올리는 등 사전에 분위기를 잡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회의를 '환경'을 강조하는 무대로만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게추가 '환경'과 '개발'을 동시에 중시하는 방향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1991년 이후 24년만에 처음으로 석유회사인 로얄더치셸에 알래스카 인근 북극해 원유 시추를 허용한 것은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단체들이 북극해 유전개발에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승인해준 것은 현실적으로 시급한 에너지 수요에 맞춰 '자원의 보고'인 북극을 개발해나가겠다는 판단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단순히 미국뿐만 아니라 북극 문제를 '도전'과 '기회'라는 두개의 창으로 바라보는 세계 열강들의 전략적 태도를 보여준다.

북극의 기후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명분'을 유지하면서도 자국의 국익으로 연결시켜 '실리'를 확보하려는 주요국들의 경쟁 레이스가 불붙고 있는 배경이다.

북극이라는 특수한 영역을 둘러싼 이 외교전은 일반적 국제관계 질서와는 또 다른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한·미 관계는 안보·경제분야를 넘어 북극 대응을 놓고도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양대축으로 하는 북극 정책을 소개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미국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로 천명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번 회의에 참석한 10명의 외교장관 가운데 유일하게 윤 장관과 양자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전날 환영 리셉션에서 케리 장관은 자리를 함께 외교장관 가운데 가장 먼저 윤 장관을 호명해 남다른 우의를 과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최악의 관계를 보이는 미국과 러시아이지만 북극 문제를 놓고는 '공조 모드'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평소 미국과 가까운 캐나다이지만 '개발'보다는 '환경'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양국의 관계가 다소 미묘해보인다.

일본과 중국은 이번 회의에 공식으로 외교장관을 보내지 않고 정부 내 담당대사 또는 장관 대리인을 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