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자재 가격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한국 경제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웠습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중국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와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급락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약세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기업들의 채산성 개선 등에 도움이 되지만 세계경기 부진의 신호라는 점에서 우려가 됩니다.
◇ 수요 부족에 달러 강세까지 겹쳐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가장 큰 요인은 수요가 적은 데 비해 공급이 많다는 점입니다.
원유의 경우 미국 셰일오일 업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에 경쟁이 붙으면서 공급이 넘치고 있습니다.
미국이 3∼4년 전부터 암석에서 뽑아내는 원유인 셰일오일의 개발에 적극 뛰어들자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국가들은 물량공세로 맞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 성장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제유가는 2009년 금융위기 이래 최저 수준인 40달러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중국이 소비한 원유량은 하루 평균 1천12만 배럴(bpd)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2% 줄었습니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시아·중동팀장은 "중국이 세계 원유 수요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구리와 철광석 등 금속 원자재도 최대 수요자인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금융위기 이래 최저 가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구리는 지난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 당 4천995 달러까지 떨어져 6년여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구리는 2011년에 고점을 찍은 이래 공급 과잉으로 계속 약세를 이어오다 최근 중국 수요 부진까지 겹치며 급락했습니다.
구리는 파이프와 지붕 등에 많이 쓰이기 때문에 제조업과 건설 경기에 바로 영향을 받습니다.
철광석 가격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것 역시 중국 경제 영향입니다.
올해 1∼7월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작년 동기 대비 1.8% 줄었습니다.
물량으로 따지면 4억7천800만 톤이 줄어든 셈입니다.
게다가 최근 미국 금리 인상 요인까지 겹치며 원자재 가격에 하락 압박이 더 커졌습니다.
미 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대부분 달러화로 표시되는 원자재가 상대적으로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 "유가 10달러까지 하락할 수도"
중국 경기 둔화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국제 원자재 수요가 다시 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지난 21일 중국의 8월 차이신(Caixin)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그 여파로 이날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더 떨어져 40.45 달러까지 내려갔습니다.
앞으로 30달러 대 진입은 물론이고 물론 10달러 대로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란 핵협상 타결로 내년 상반기 이란산 원유 판매 제재가 해제된다는 점도 국제유가 약세 전망에 힘을 싣습니다.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원유 가격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 기록한 저점인 배럴당 32.4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전략가 게리 실링은 블룸버그 기고문을 통해 "유가가 배럴당 10∼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원자재팀장은 "생산은 증가하고 수요는 계속 부진하기 때문에 수급 측면에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 수요가 살아나고 있고 유가에도 반영될 여지가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례보고서를 통해 올해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60만 배럴씩 늘어나는 등 빠른 속도로 수요가 치솟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유경하 동부증권 리서치센터 주식전략팀 수석연구원도 "미국에서 SUV 차량과 픽업트럭이 많이 팔리면서 휘발유 소비가 증가했다"며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을 하회할 가능성도 있지만 오래지 않아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30달러 선까지 빠질 수도 있지만 생산 단가를 감안하면 지금도 유가가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구리의 경우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가격이 10%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습니다.
정규철 KDI 부연구위원은 "중국 경제가 갑자기 좋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으니 그런 측면에서 보면 원자재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성수기인 10∼11월을 맞아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미 지난달 중국의 구리 수입량은 6% 증가했으며 니켈 수요가 되살아 난다는 신호도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유 수석연구원은 "현재 중국 내 금속 재고가 워낙 많이 줄어든 상황이어서 재고 재구축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원자재가격 하락,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원자재 가격 하락은 한국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기업들의 생산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금융센터의 오정석 팀장은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는 한국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가격 하락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원유와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의 배경을 생각해보면 셈은 복잡해집니다.
결국 세계 경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니 원자재 가격 하락이 우리나라 수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원자재 수출 국가들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또다른 글로벌 위기의 진앙이 되면 한국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이권형 팀장은 "산유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수출이나 플랜트 발주 등이 연기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칠레 등 남미지역도 구리 수출이 201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니 사정이 좋을 리 없습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원자재가격 하락이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준다"면서 "우리나라 수출의 70%가 중국과 중동,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권으로 향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동부증권의 유경하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가공무역 국가여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일단은 마진이 상승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매출이 감소하면 마진 상승 효과가 줄어든다"면서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다가 완만히 반등하는 상황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은 한국경제에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이는 문제점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