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변동환율제를 전격 도입한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에서 현지 통화인 텡게화가 폭락했다. 이날 오후 5시 장을 마감한 카자흐스탄 외환시장은 1달러당 텡게 가치를 252.50으로 최종 평가했다.
변동환율제 도입 이전 달러당 환율 188.35 보다 가치를 무려 34% 끌어내린 것이다. 텡게는 장중 최고 257.20, 시중에서는 270.00까지 치솟으며 종일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현지 외환시장은 전날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카자흐스탄은 그동안 당국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고수해 왔다. 중앙은행이 기준환율을 고시하면 시중은행은 당국이 정한 기준과 변동폭 내에서만 자체적인 환율을 정하는 식이다.
그런데 시중은행은 19일 중앙은행이 제시한 기준환율과 변동폭을 넘겨 최대 달러당 198.6의 환율을 적용했다. 중앙은행이 당시 고시한 달러당 환율변동폭은 170~198, 기준환율은 188.35다.
중앙은행보다 시중은행이 먼저 절하에 나선 건 처음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텡게 실질가치 하락에 부담을 느낀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절하에 나섰다고 주장했으나 조만간 당국의 환율관련 중대발표가 있을 거라는 소문에 힘이 더 실렸다.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은 저유가와 주요 교역국인 러시아, 중국의 통화가치 하락으로 최근 절하압박을 강하게 받았으며 기존의 환율정책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아울러 시중은행이 기준환율을 넘는 환율을 적용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중앙은행의 모습에 불안감만 커졌다.
그러다 20일 오전 케림 마시모프 총리가 "정부와 중앙은행은 기존의 환율변동폭 제한을 폐지하고 오늘부터 변동환율제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현지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마시모프 총리는 변동환율제 도입에 대해 세계 경제환경 급변 속에 안정적인 성장과 물가안정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카자흐스탄에서는 변동환율제 도입과 텡게 폭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 대부분은 변동환율제 도입 첫날 텡게 가치가 이미 충분히 실질가치에 접근했다며 더 이상의 절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경제학자 데니스 크리보세프는 달러당 텡게가 최대 380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대해 러시아 루블과 텡게의 적정환율이 그동안 1:5.5 수준이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또 일부에서는 변동환율제 도입에 따른 텡게 급락으로 카자흐스탄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아직은 희박하다.
카자흐스탄은 올해 4월 기준 총 국제준비금이 287억 달러이며 원유수출이익으로 적립한 국부펀드는 700억 달러로 충분한 외화보유액을 유지하고 있다.
마시모프 총리도 이날 "디폴트 상황에 직면하면 국부펀드를 적극적으로 투입하겠다"며 변동환율제 도입에 따른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