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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와 고마워" 어머니 눈물에 자살방조 여성 '선처'

입력 : 2015.08.11 07:39


"딸아. 엄마한테는 딸이 제일 소중하고 필요해. 살아와 줘서 고마워. 내 딸, 힘내. 사랑해."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남성과 동반 자살을 하려다 혼자 살아남아 이 남성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박 모(26·여)씨의 어머니가 어제(10일) 오후 서울북부지법 601호 국민참여재판정 증인석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박 씨는 차마 어머니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연방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습니다.

일부 배심원과 방청객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습니다.

박 씨는 유치원 다닐 때 골프공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친 후유증으로 학습능력이 떨어졌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부모가 이혼하는 등 가정환경도 좋지 못했고 학교에선 왕따를 당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우울증을 앓은 박 씨는 자살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박 씨는 작년 11월 우울한 마음을 떨치려 자살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오히려 자신처럼 불우한 환경의 사람들이 모여 신세 한탄을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여기서 박 씨는 또래 심 모 씨를 만나게 됐고, 메신저 대화로 동병상련을 느낀 끝에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3일 오후 4시 서울 노원구 태릉입구역에서 만나 인근 모텔에 방을 잡았습니다.

헬륨가스를 많이 마시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심 씨의 제안에 22.5리터 헬륨가스통 4개와 김장용 비닐봉지, 호스, 술 등을 준비했습니다.

박 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다음날 새벽까지 심 씨와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가 깜박 잠이 들었고, 오후 3시 깨어났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박 씨는 헬륨가스통에 호스를 연결한 비닐봉지를 얼굴에 뒤집어쓴 채 침대에 엎드려 숨져 있는 심 씨를 발견했고, 밖으로 뛰쳐나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이 심 씨의 자살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건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시민 법관 앞에서 판단 받고 싶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습니다.

검찰은 박 씨가 '카카오톡' 대화에서 심 씨에게 "우리 동네에 적당한 모텔이 있다"며 장소를 주도적으로 정한 점, "네가 남자니까 잘 리드해달라"며 심 씨를 부추긴 점 등을 들어 자살방조 혐의에 대한 박 씨의 유죄를 주장했습니다.

또 사건 당일 모텔 폐쇄회로(CC)TV 화면을 봤을 때 박 씨가 심신미약 상태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이 잠든 사이에 심 씨가 혼자 목숨을 끊었기 때문에 박 씨가 심 씨의 죽음을 말릴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박 씨의 어머니 임 모 씨도 증인석에 서서 딸의 성장과정 등을 증언했습니다.

임 씨는 "이혼에 만성 신부전증까지 겹쳐 일주일 중 절반은 신장 투석을 하러 병원에 가고 나머지는 가사도우미 일을 나가면서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생계에 급급해 딸과 대화가 부족했다"고 후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최후진술에서 박 씨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떨어뜨린 채 "기회를 주시면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배심원단 8명 전원은 박 씨가 유죄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다만 동반자살 준비 과정에서 심 씨가 더 주도적이었다는 점, 박 씨가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참작해 양형에 있어서는 선고유예 의견을 냈습니다.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박 씨에 대해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유예된 형은 징역 6개월입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는 "배심원 다수가 피고인에게 다시 한번 꿈을 펼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