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통장 주인도 피해자에게 손해를 일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 단독 김정운 판사는 "피고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 해도 통장이나 현금카드 등을 스스로 건네줘 범죄행위가 쉬워지게 도왔다"며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김 판사는 "계좌를 개설할 때 '타인에게 양도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가 신청서에 기재돼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다만 "보이스피싱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원고도 제대로 확인 없이 계좌번호를 알려준 과실이 사건의 손해 발생과 확대에 기여했다"며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1월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계좌 명의자에 대한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피해자가 통장 주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통장 주인은 범죄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고 통장을 양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사건 원고의 변호인은"대법원 판결 이후 예금 명의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는 추세였으나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항상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종 사건 피해자 구제에 도움이 될 만한 선례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