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132만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안보단체인 재향군인회의 각종 비리 의혹이 국가보훈처의 감사 결과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보훈처는 비리 의혹의 핵심인 조남풍 향군 회장은 건드리지도 않고 일부 직원의 징계를 권고하는 데 그쳤으며 향군 회장 선거 비리 의혹도 파헤치지 않아 '부실 감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훈처는 오늘(28일) 향군 직원들의 진정에 따라 향군을 대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이번 달 17일까지 실시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보훈처는 "조남풍 신임 향군 회장에 대한 내부 직원의 진정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조 회장은 신주인수권부사채 사건으로 향군에 막대한 재정위기를 초래한 최모 씨가 운영하는 기업의 사내이사인 조모 씨를 무리하게 경영본부장에 임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최 씨는 2011년 향군 유케어사업단장을 하며 4개 상장사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해 향군이 지급 보증을 하게 함으로써 향군에 790억원의 손해를 초래했으며 현재 향군과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조 회장은 지난 5월 8일 임용한 기존 경영본부장을 불과 21일 만에 해임하고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치도 않은 채 6월 1일 조 씨를 경영본부장에 앉혔습니다.
조 씨는 본부장에 오르자마자 최모 씨가 향군을 상대로 벌이는 소송에서 향군이 회수한 채권 금액을 214억원에서 450억원으로 부풀린 서류를 제출하려고 시도하는 등 최 씨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도록 손을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달 24일 출범한 향군 노동조합은 조남풍 회장이 지난 회장 선거에서 최 씨로부터 거액의 선거자금을 지원받았고 그 대가로 조 씨를 경영본부장에 임명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 씨는 노조의 의혹 제기로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9일 경영본부장에서 물러난 상태입니다.
보훈처 감사 결과 조 회장은 조 씨를 비롯한 12명의 임직원을 공개채용 절차를 무시하고 임용했으며 이 가운데 8명의 임용은 57세 미만인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는 인사 규정과도 어긋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향군 산하업체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 13명도 대부분 조 회장의 선거 캠프 인사들로, 경영 전문성 검증을 위한 공채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조 회장이 추진 중인 향군 사무실의 역삼동 이전 사업도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생략했을뿐 아니라 임차 기간을 무리하게 5년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훈처는 향군이 인사 규정을 어기고 채용한 25명의 임용을 모두 취소하고 인사 담당자 2명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으며 조 전 경영본부장의 소송 서류 작성에 관여한 유모 자산관리팀장의 중징계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향군 노조는 보훈처 감사에 조 회장의 선거 비리와 매관매직 의혹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번 감사를 '면죄부 감사'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노조는 입장 발표문에서 "(보훈처 감사는) 조남풍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부실한 감사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 회장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대의원 200여명에게 금품을 돌렸으며 산하업체 사장 등을 임용할 때 돈을 받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입니다.
노조는 조 회장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고 직접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