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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다시 주목받는 강원 미제 사건

입력 : 2015.07.27 10:00|수정 : 2015.07.27 10:00


지난 24일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태완이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강원도 내 살인 미제사건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강원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최근까지 15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살인 등 중요 미제사건은 모두 16건입니다.

2008년 이후에는 살인 미제사건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2001년에서 2007년 사이에 발생한 사건들입니다.

대부분 DNA 등을 활용한 과학수사가 체계화되지 않았던 시기 초동 수사에 실패하면서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이번 태완이 법이 없었다면 해마다 연차적으로 공소시효가 완성돼 자칫 영구미제로 남을 뻔했습니다.

이 중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살인 미제사건은 이른바 '춘천 Y 모텔 택시기사 살인사건'입니다.

2002년 2월2일 오후 4시 춘천시 후평동의 한 모텔 주차장 있던 택시 뒷좌석에서 택시기사 박 모(당시 52세)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입니다.

경찰은 이 사건이 전날(2월1일) 새벽에 이뤄진 택시 강도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후 2천여 명을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였으나 결정적인 단서나 용의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같은 해 11월12일 오후 4시50분께 태백시 문곡소도동 속칭 새박골 입구 도로에서 자동차 액세서리 판매상인 금 모(당시 56세·경북 봉화군)씨 피살사건도 13년째 미궁입니다.

공소시효를 불과 2년여 앞둬 초읽기에 몰렸던 이 두 사건은 이번에 법 개정으로 범인을 끝까지 잡을 길이 열렸습니다.

이와 함께 2003년 2월22일 인제 남면 인제대교 인근 20대 여성 알몸 변사체 사건, 그해 4월18일 인제 광치령 토막시신 사건의 수사 기록도 경찰서 캐비닛 한편에서 잠을 자다가 다시 빛을 보게 됐습니다.

2004년 4월16일 평창군 진부면 영동고속도로 굴다리 경사면에서 발견된 50대 관광버스 운전기사 피살사건과 2004년 8월9일 영월군 모 영농조합 사무실에서 발견된 40대 피살사건도 공소시효 폐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2005년 8월14일 '양구 전당포 노부부 살인사건', 같은 해 10월27일 '인제 필례계곡 20대 여성 변사사건', 그해 11월6일 '강릉 50대 초등학교 여교사 피살사건'도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범인을 끝까지 쫓을 수 있게 됐습니다.특히 2006년 3월8일 동해시 심곡동의 우물 안에서 알몸 상태로 발견된 '20대 학습지 여교사 피살사건'은 연쇄 범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골마을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2007년 5월22일 춘천 남산면 서천리 30대 식당주인 피살사건도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하지만, 경찰의 살인 미제사건 미공개 원칙에 따라 지금까지 알려진 16건 이외에 더 많은 미제사건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2000년 7월 이전의 살인 미제사건은 이번 '태완이 법' 통과와는 상관없이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돼 영구 미제로 남게 됐습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는 '완전범죄란 있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와 형사의 집념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며 "장기 미제사건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볼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장기 미제사건은 긴 호흡과 인내심으로 집중하여 지원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대부분 사건 서류는 캐비닛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만큼 공소시효 폐지에 따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2011년 11월 신설된 강원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수사전담팀은 한때 5명이 활동했으나 현재는 3명의 수사관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담팀은 5명이 활동하던 시기인 2012년 2월 5년간 미궁에 빠져 있던 '화천 70대 노파 살인사건'의 범인을 검거하기도 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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